‘반쪽짜리’에 그친 플랫폼법…‘사전 지정→사후 추정’으로 변경
입력 2024.09.09 16:00
수정 2024.09.09 16:00
공정위원장 “공정거래법 개정…사후 추정 방식”
자사우대·끼워팔기 등 ‘4대 반경쟁적 행위’ 금지
과징금 상한 8% 상향…임시중지명령 제도 도입
업계 측 “사후 추정, 사전 지정과 다를 바 없어”
거대 플랫폼들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업계 반발에 부딪혀 법안의 핵심이었던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사후 추정’ 방식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정보기술(IT) 업계 등의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놓은 개정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은 또다시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독과점 분야에서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규율대상은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이며, 이는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시장 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 반발로 법안 세부 내용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이후 업계와 전문가, 관계부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약 9개월 만에 입법 추진 방향을 발표한 것이다.
이날 발표로 당초 플랫폼법의 핵심으로 꼽혔던 사전지정제는 빠지게 됐다. 한 위원장은 “여러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사후 추정 요건은 ▲1개 회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3개 이하 회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각 사별 이용자 수 2000만명 이상인 경우로 규율 대상을 한정했다.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이 연 4조원 이하 플랫폼은 제외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등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다.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등 6개 서비스다. 규율은 대표적인 4대 반칙행위인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최혜대우요구 등 4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5개사 내외가 규제 가시권에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되,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한 항변권은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반경쟁 행위가 적발될 경우 과징금 상한을 현행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관련매출액 6%)보다 상향(8%)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규율이 가능하지만,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더 강한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재가 뒷북에 그치지 않고 반경쟁 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임시중지명령도 도입한다.
임시중지명령은 공정위가 조사·심의를 거쳐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 전 해당 기업의 반칙 행위를 임시로 중지하게 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제도다. 유럽연합(EU)과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다.
지배적 사업자 사후 추정 방식에 대한 공정위 입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공정위는 그간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사건 처리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시 사후 추정으로 부작용을 줄일 것이란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전 지정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최선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봉쇄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