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덕분에 착해졌다" 절에서 돈 훔친 소년, 27년 만에 보낸 것
입력 2024.09.09 16:56
수정 2024.09.09 16:59
한 암자의 불전함에서 돈을 훔쳤던 소년이 27년이 지난 후 돈 봉투와 함께 참회의 편지를 보냈다.
9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 따르면 최근 통도사 자장암 시주함에서 손 편지 한 통과 5만원권 40장이 든 현금 200만원 봉투가 발견됐다.
편지에는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습니다. 약 3만원 정도로 기억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 작성자는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고 집으로 왔습니다"라며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일도 열심히 하고 잘살고 있습니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스님이 주문을 넣어서 착해진 거 같습니다. 그동안 못 와서 죄송합니다. 잠시 빌렸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곧 아기가 태어날 것 같은데 아기한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며 거듭 용서를 구했다.
27년 전 소년의 어깨를 잡았던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후 지금은 자장암에 기거하는 현문 스님이라고 한다. 스님은 소년의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돌려보낸 기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현문 스님은 이 편지의 주인공이 보낸 손 편지와 현금을 접하고 크게 감동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