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넘겨가며 '투쟁'…교섭 장기화에 산업계 몸살
입력 2024.09.09 11:38
수정 2024.09.09 11:38
조선노연, 9일 연대파업 및 거제 한화오션 앞 결의대회
르노코리아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기아는 잠정합의도 못해
삼성전자, 전삼노 대표교섭권 상실 후 5개 노조 단일화 절차
삼성전자도 노조와의 기나긴 줄다리기로 고충이 크다.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잃으면서 다시 백지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하게 됐다. 대표교섭 노조는 대표교섭권 확보 후 1년 이내에 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교섭권을 잃게 된다.
주요 기업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까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노조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리적으로 추석 전 타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연말까지 교섭이 장기화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경남 거제시 옥포사거리에서 ‘임단투 승리, 노조무력화 분쇄, 조선업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등 HD현대 3사를 비롯,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SG성동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까지 총 8개사 노조 및 노동자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쟁의권을 확보한 사업장들은 이날 결의대회에 맞춰 파업에 돌입했으며, 쟁의권이 없는 사업장은 노조 전임자들과 대의원 등 확대간부들을 중심으로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선노연은 사측이 올해 교섭에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논의조차 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제시안”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아직까지 제시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 올해만 110명의 근로자를 고소, 고발하는 등 노조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고 조선노연은 비난했다.
앞서 조선노연은 지난달 28일 경고파업을 벌였고, 이달 4일에도 부분파업과 함께 울산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업장별 교섭 상황이나 조선노연 차원의 움직임을 볼 때 추석 전 교섭 타결 소식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조선노연은 이날 파업 및 결의대회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석연휴 이후에도 공동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아직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이 있다. 완성차 5사 중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일찌감치 무분규로 교섭을 타결했고, KG 모빌리티, 한국GM도 추석 전 타결에 성공했지만 기아와 르노코리아는 추석 연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지난 3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을 비롯, 신차 그랑 콜레오스 성공 출시금 300만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6일 진행된 조합원 총회(찬반투표)에서 과반의 반대표가 나오며 타결이 무산됐다.
노사는 아직 교섭 재개 시점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2차 잠정합의안 마련과 찬반투표까지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기아는 아직 잠정합의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지난 6일 9차 교섭에서 사측이 2025년까지 생산직 500명 추가 채용을 제시하고 노조 반발이 심했던 ‘기본급제’를 철회하면서 합의에 한 발 다가섰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등은 교섭이 타결된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시된 상태로, 노조도 이 부분에서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차 교섭은 노조가 사측에 추가 제시를 요구하며 정회되고 9일 오전 10시부터 재개됐다. 이 자리에서 사측이 내놓는 일괄제시안을 노조가 수용해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면 이번 주 내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추석 전 타결을 기대해볼 수 있다.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다.
마지막 쟁점은 2021년 단협에서 삭제된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 조항 복원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말 선거에서 해당 조항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이를 철회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를 제외한 상태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한다 해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장기근속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삼성전자도 노조와의 기나긴 줄다리기로 고충이 크다.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잃으면서 다시 백지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하게 됐다. 대표교섭 노조는 대표교섭권 확보 후 1년 이내에 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교섭권을 잃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 내에는 4노조인 전삼노를 비롯,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으며, 그동안 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유지해 왔다.
대표교섭 노조가 공백이 되면서 이들 5개 노조는 사측에 교섭 요구를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자율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진행한다. 이후 과반수 노조 통지와 교섭대표 노조 확정이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단일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4기 집행부 출범을 맞아 동행노조가 전 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일에서 전삼노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파업이나 집회가 아닌 정책으로 먼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화 및 교섭대표 노조 선정 과정에서 현재까지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전삼노(교섭 요구일 기준 3만6616명)가 대표교섭권을 가져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