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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물량 공세·D램 가격 약세…반도체 피크아웃 경고등?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9.09 11:16 수정 2024.09.09 11:17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성장률 둔화 전망…D램 올해 69.1%→내년 12%

"스마트폰·PC 수요 부진"에 KB증권 삼성전자 올해 영업익 15% 하향 조정

일각에선 다운사이클 진입 신호 해석 무리 지적도…"우려 단계 아냐"

12나노급 32Gb(기가 비트) DDR5 D램ⓒ삼성전자

AI(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힘입어 고공행진한 반도체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번지고 있다. AI 수요로 성장 자체는 지속되겠지만 상승률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고 증가에 따른 D램 범용 현물 가격 하락세와, 중국의 반도체 장비 사재기로 인한 범용 반도체 공급과잉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모처럼 활기를 회복한 국내 반도체 시장이 수익 하락으로 또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업계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이 올해 D램 69.1%, 낸드플래시 56.9%를 나타낸 뒤 내년에는 크게 둔화된 12%, 5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감산, AI 서버 투자 증가, 수요처의 재고 확보 움직임 등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반도체 공급 및 재고 증가 여파로 둔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트렌드포스도 범용(conventional) D램 평균 계약 가격이 3분기 8~13%에서 4분기 3~8%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상승률 둔화 이유로 PC 수요 등 매스 마켓(대량 판매·소비 시장) 불확실성을 들었다. 트렌드포스는 "AI 스마트폰이나 AI PC가 크게 보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채택률이 개선되더라도 광범위한 업그레이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D램 가격도 큰 폭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D램 현물 가격은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DDR4 8Gb'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971달러였다.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의 2달러 대비 1.5% 떨어졌다.


용량이 더 큰 'DDR4 16Gb'도 7월 23일 연중 최고가 3.875달러에서 지난 6일 3.814달러로 1.6% 하락했다. 메리츠증권은 "강력한 매수 주문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업체들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으나, 구매자들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도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 제품(스마트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스마트폰, PC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기존 보다 15% 내린 37조9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낸드 상황은 D램 보다도 좋지 않다. 3분기 낸드 플래시 평균 계약 가격은 5~10% 상승하나 4분기에는 0~5% 하락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소비자들이 지출에 더욱 신중해지면서 모듈 제조업체가 비용 증가를 전가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됐다. 수익 마진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수요를 촉진하려면 가격이 매력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PC,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이 범용 반도체 위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수익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상반기 반도체 제조장비 조달 비용으로 247억3000만 달러(33조2566억원)를 투입했다. 같은 기간 한국, 북미, 일본, 대만이 지출한 236억8000만 달러를 웃돈다. 이같은 추세라면 35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 구매 비용은 366억 달러였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서다. 미국이 네덜란드, 일본 등을 끌어들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을 제한하자 중국은 범용 반도체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 국립대 강사이자 한리히 재단 연구원인 알렉스 카프리는 "미국이 추가 수출 제재를 가할 잠재적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반도체 장비를 비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는 중국이 범용 반도체를 마구 찍어낸 뒤 헐값에 수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미 중국은 철강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저가 밀어내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EV)도 마찬가지다.


SEMI 클라크 쳉 수석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제조장비 과잉투자가 "미래 효율성 감소 또는 가동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약세가 단기적 가격 정체인지, 반도체 하락 사이클 진입인지 여부를 판단한 뒤 생산 로드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이 다운사이클 진입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일부 레거시(범용) 제품들에서 확인되는 소폭 가격 하락은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는 투자의 적시성이 우선시됨에 따라 매우 확고하고 D램 공급은 업계의 캐파(생산능력)와 공정 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크게 증가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단에서 중대한 변동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의 급격한 하락 전환이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도 "최근 반도체 업종 주가가 연이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크로 변수를 제외한 업종의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D램 및 낸드 플래시 평균 계약 가격 전망ⓒ트렌드포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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