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 문제,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9.09 07:00
수정 2024.09.09 09:08
北, 25일 만에 오물풍선 재살포…1100여개 날려
"北 오물풍선, '대북전단' 맞대응 성격 강해"
법적 근거 미비로 민간단체 제지할 명분 없어
시민들 '생존권' 보장 위해 정부가 나서야
북한이 25일 만에 다시 오물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밤부터 오물풍선을 띄우기 시작한 북한은 닷새 째 오물풍선을 날리고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8일까지 최소 1100여개의 오물풍선을 날렸으며,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만 약 400개에 이른다.
이번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비닐·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지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 초기에는 오물을 실었다가 이후 종이와 비닐 등을 보냈고, 최근에는 사용한 흔적이 있는 페트병 등 정도를 날리고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이라는 명분 하에서 나선 만큼 도발 수위를 한껏 올리진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끄러운 알림 소리를 동반한 '시민들께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주길 바란다'는 안전재난문자도 어김없이 시민들을 찾아왔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파악되지 않으나 이번 오물풍선 살포 역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이 여러 차례 '대북전단에 맞대응 하기 위한 오물풍선'이라고 알려왔단 점에서다.
그렇기에 대북전단만 막는다면 오물풍선을 감수해야 하는 국민들의 불편함이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전문가·시민들은 사이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살포 처벌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민간단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들어 탈북민 단체를 자제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민간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와 관련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제지'가 아닌 '설득'이란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모두 떠안고 있는 시민들의 피로감이 축적된 데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항공안전법 위반일 가능성 또한 제기된 만큼 정부가 움직여야 할 정당성은 충분히 마련됐다.
북한의 유치한 행위가 시민들의 불편함을 깊숙이 파고 드는 현 시점에서 '대북확성기'와 같은 강대강 대치는 시민들의 안전과 생존권만 위협할 뿐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헌법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