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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ETF 경쟁에 ‘출혈 발생’…좀비 상품 상폐 주의보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9.09 08:00 수정 2024.09.09 11:03

올해에만 31개 사라져…전년 比 2배 이상 증가

점유율 싸움·테마형 상품 속출로 존재감 미미

투자자 금전적 손실 無…해지금 지급 시간 소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50조원 시대를 여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저조한 거래량으로 시장 외면을 받는 ‘좀비 ETF’ 주의보가 내려졌다.


치열해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확보 경쟁과 테마형 ETF의 속출 여파로 다량의 상품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상장 폐지된 ETF는 무려 31개에 달한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ETF는 166개인데 이들 상품이 상장 폐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폐지하는 ETF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상장 폐지 ETF는 ETF 시장의 활황에도 증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상장폐지 ETF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에는 11개,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29개, 25개로 20개를 넘었으나 2022년 6개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해 14개를 기록,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상장폐지 ETF가 속출했다.


이는 일정 기준에 미달한 ETF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상장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ETF는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일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데 다음 반기 말까지 순자산이 50억원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부진한 ETF들이 나타나는 배경으로는 ‘운용사의 과도한 점유율 경쟁’과 ‘테마형 상품의 대거 등장’이 거론된다. 국내 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운용사들의 치열해지면서 ‘상품 베끼기’ 현상으로 차별성 없는 ETF가 무분별하게 출시되고 있다.


차별성이 부재한 선택지가 과하게 많은 탓에 개별 ETF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 특정 상품을 선별하기 어려워져 시장의 외면을 받는 ETF가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좀비 ETF가 증가할수록 투자자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만큼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 확대로 운용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상품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으나 유사한 상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며 “상장폐지 ETF가 생기는 것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운용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양보단 질로 승부하려는 변화 움직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ETF가 상장폐지되는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금전적 손실을 입지 않는다. 운용사들이 ETF에 편입된 주식 및 채권을 매도해 현금화 한 뒤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폐지일까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 상환금이 추후 지급되기에 투자금이 묶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하던 ETF의 해지 상환금이 지급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ETF를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뜻하지 않았던 시기에 상장 폐지가 이뤄지면서 투자 계획이 틀어져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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