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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마이크로LED 헤게모니 장악 필요…OLED 수명도 달려있어"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9.06 13:10 수정 2024.09.06 13:10

6일 '2024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사업 설명 및 오픈 세미나'

"경쟁국, 마이크로LED 기술 선도로 OLED 경쟁력 약화시킬 가능성"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수준 높은 편…88인치 이상 및 2인치 이하 경쟁력 있어"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6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024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사업 설명 및 오픈 세미나'에서 '무기발광 산업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한국이 마이크로LED 기술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산업 수명을 늘리는 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이크로LED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OLED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6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024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사업 설명 및 오픈 세미나'에서 '무기발광 산업 경쟁력'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일본과 대만은 타의적 힘(중국)에 의해 LCD를 접었다"며 "중국은 OLED를 죽일만큼 가격 경쟁력을 가진 패널을 만들 수 있다. OLED를 죽이게 된다면 기존의 LCD를 다시 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OLED에서 피해 보는 것 보다 마이크로LED에서 얻는 이득이 많은 형태로 우리 기술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이 주도권을 잃으면 우리는 일본·대만 시장처럼, 태양광·2차전지 산업처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은 최종적으로 OLED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낳게 돼, 마이크로LED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초프리미엄 스크린으로 OLED/LCD(액정표시장치) 기반 디스플레이 시장 대체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은 마이크로LED를 중심으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6년간 논문 발행 기관 수를 보면 중국이 압도적이며 그 뒤를 한국이 쫓고 있다.


남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은 다른 국가들과 견줘 결코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평가했을 때 91이다. 중국(86), EU(86),일본(85)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다.


시장성도 있다. 옴디아는 전 세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이 올해 1억 달러에서 2030년 90억 달러, 2035년 320억 달러, 2040년 580억 달러, 2045년 800억 달러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내 비중은 LCD·OLED와 견줘 미미할 전망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 내 비중이 2023년 37.6%에서 2029년 40.2%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같은 기간 마이크로LED 비중은 0.03%에서 3.0%에 그칠 것으로 봤다.


여기엔 몇 가지 허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LED는 OLED나 QLED처럼 대량 생산이 쉽지 않다. 마이크로 LED는 LED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더러, 붙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쉬워 수율(양품 비율)도 낮다. 이 LED 칩을 기판에 옮겨심는 전사(Mass Transfer) 공정은 그래서 가장 큰 기술장벽으로 손꼽힌다.


제조원가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LCD TV가 수 십만원, OLED TV가 몇 백만원 수준이라면 마이크로LED는 억대에 달한다. OLED-LCD에서도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LED 제조원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다만 88인치 이상(퍼블릭 디스플레이)과 2인치 이하(스마트워치) 패널에서는 마이크로LED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남 부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작으면 전사할 칩이 많이 필요 없다. 전사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낮다는 것"이라며 "스마트워치로는 동영상을 보지 않기에 해상도가 올라갈 가능성은 작다. 그렇게 된다면 2인치 이하 시장은 계속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TV 역시 100인치를 넘어서는 기술은 마이크로LED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처럼 다양한 이점을 가진 마이크로LED 육성을 위해 중국, 대만, 미국 등은 이 기술 상용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중국, 대만, 미국 등 2022년까지 진행된 글로벌 투자 규모는 약 100억 달러다.


한국도 신산업육성 차원에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5월 정부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생태계 구축 사업이 총 사업비 484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 사업을 통해 화소부터 패널, 모듈까지 공정 전(全) 주기에 걸쳐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선점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이크로LED 등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육성은 한국이 중국의 디스플레이 공습을 견제하게 될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마이크로LED 선점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우리 OLED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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