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유 현금 12조원대…불확실성 대응 '안전판'
입력 2024.09.08 06:00
수정 2024.09.08 09:10
한 달 만에 1조7000억↑…"비우호적 외부환경 탓"
"IFRS17 도입 후 첫 금리 인하…손보사比 영향 커"
생명보험사들의 현금 보유액이 한달 새 1조7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올 들어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22곳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12조366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5.6%(1조6705억원) 증가했다.
생보사별로 보면 교보생명이 3조201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9% 늘었다. 삼성생명은 2조1231억원을 기록하며 1.6% 감소했다. 이어 ▲한화생명 1조3143억원 ▲신한라이프생명 9274억원 ▲푸본현대생명 7311억원 ▲동양생명 6164억원 ▲KB라이프생명 5567억원 ▲메트라이프생명 502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0조522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2월부터 차츰 현금보유액이 오르더니 3월에는 11조원을 돌파했다. 4월과 5월에는 소폭 하락했다가 6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금은 금융사의 보유 자산 형태 중 가장 안정적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총력을 펼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도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보험업계에 비우호적인 외부환경에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어 "이르면 하반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첫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도 이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IFRS17 체제에서는 금리하락 시 부채가 크게 늘어나 건전성이 악화된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고금리 저축성 상품의 비중이 커 부담이 더 커진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8일 보험업권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IFRS17 제도 도입 이후 첫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한 수익증대와 부채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체제에서 금리인하 시 부채 증가에 따라 자본이 감소해서 지급여력비율이 감소하는 회사가 늘 것"이라며 "자산이랑 부채가 매칭이 잘 되어있다면 금리 인하에도 영향이 적겠지만, 보통 생보사의 경우 투자원금의 평균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손보사에 비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