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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빈 공간이 땅꺼짐 사고 원인…'차수공법' 적극 활용해야" [데일리안이 간다 79]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9.04 04:58
수정 2024.09.04 04:58

8월 말 서울 연희동과 종로5가역, 언주역 일대서 땅꺼짐 및 도로 침하 발생

전문가 "지하수와 흙 공사 현장에 유입되는 것 차단하는 차수공법 철저히 활용해야"

"지하안전법 잘 이행해 지하 개발 시 안전관리체계 확립하는 것 필요"

"GPR 장비로 제대로 감지 안 될 수 있는 만큼 수시로 정비 및 점검해 나가야"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폭을 측정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서울 시내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사 과정 중 땅꺼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하수와 흙의 유입을 막기 위해 '차수공법'을 확실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데일리안은 지난달 말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던 서대문구 연희동과 종로5가역 일대를 찾았다. 땅꺼짐이 발생했던 구간은 새롭게 아스팔트가 덧대어져 있는 등 임시보수를 마친 상태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땅꺼짐이 발생했던 당일 밤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사고 후 복구조치보다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더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땅꺼짐 사고 조짐을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땅꺼짐 위험요소를 탐지하는 장비인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표 투과 레이더)로는 지표면으로부터 최대 5m까지만 탐지할 수 있어, 그보다 더 깊은 위치에 있는 위험요소는 발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땅꺼짐 사고는 총 957건 발생했다.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으로, 매년 평균 191건에 달했다.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고민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한 계획 수립 단계 정도로 보면 된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땅꺼짐 사고 후 보수를 마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도로 일대.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연희동에 거주 중인 신모(49)씨는 "당시 현장을 봤는데 싱크홀이 엄청 컸다. 이 일대는 오래된 건물이 많은데 그런 건물 밑에서 저런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다"며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싱크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종로5가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54)씨는 "일하는 곳 바로 근처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니 무섭다. 조금만 더 안쪽에서 구멍이 생겼다면 사람이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땅 바로 아래 지하철이 다니는데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던 종로5가역 인근 도로에도 임시포장 조치가 진행됐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이번 싱크홀 사례들은 과거 터널 등 지하 공사를 할 때 생긴 땅속 구멍에 흙과 지하수가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고, 도로를 받치고 있던 흙마저 무너지면서 아스팔트 포장면이 힘을 잃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지하에서 공사할 때 현장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차수벽을 설치하는 것이 있다. 차수벽을 잘 설치해 지하수가 차단되면 싱크홀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 싱크홀은 지하 7~8m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3~4m까지만 감지할 수 있는 서울시의 GPR 장비로는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 공사가 이뤄진 구역은 수시로 정비 및 점검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하 개발 시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지반침하로 인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을 잘 이행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희동의 경우 싱크홀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지하에서 동공(속이 비어있는 굴)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공은 지하 굴착을 하거나 터널을 뚫다가도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은 토목공사들을 지하에서 이뤄지다 보니 지하수와 흙이 공사 현장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차수공법을 활용하는 것이 추후 싱크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수공법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인 만큼 토목공사를 할 때 알맞은 공사비와 기간을 주고 이후 싱크홀이 발생하면 공사를 진행한 곳에서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럼에도 싱크홀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민방위 등을 활용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재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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