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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시네마, 디지털 시대, 오프라인 지역 공간의 가치 [공간을 기억하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8.30 14:00
수정 2024.08.30 15:36

[작은영화관 탐방기⑩]

ㄹ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옥천향수시네마는 인근 영동군의 레인보우영화관 이어 충북 도내 두 번째 작은영화관이자, 옥천에서는 유일한 영화관이다. 옥천 출신인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서 이름을 따왔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소규모 극장이 경제적 문제로 사라진 지 30년 만인 2018년 개관했다. 61석(1관)과 34석(2관)의 상영관 2곳을 갖췄으며, 1관에서는 입체(3D) 영화 상영도 가능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휴관을 결정한 후 지난해 1월 주식회사 작은영화관이 위탁 받아 재개관했다.


옥천향수시네마는 단순히 영화 상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서로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향한다. 장승식 점장은 이곳을 찾는 단골 관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등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골 인심이 좋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이 곳 주민들은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먹을 것도 가져다주시고요. 단골 분들과 서로 영화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추천도 하는 일은 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옥천향수시네마는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군에 관련된 문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년에 한 번씩 충북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치매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청소년 드림스타트'를 위해 청소년을 위한 영화를 수급해오고 있다. 올해는 처음 진행되는 '작은영화제'는 주민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작은영화관에서 기획하는 '작은영화제'로 지역 인재 발굴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주민들의 참여나, 주민들을 위한 영화 혹은 행사를 통해 관심도를 꾸준히 높이려고 해요. 굳이 영화를 보지 않거나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행사 자체에 관심을 갖고 오신 분들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꾸준히 모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작은영화관에서 공동으로 진행되는 '씨네브런치'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영화 상영도 꾸준히 이루어지며 다양한 연령층이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씨네브런치는 매주 평일 2회 상영하는 독립예술 프로그램이다.


"비록 접근성이 낮더라도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존재합니다. 매달 영화가 바뀌는데 꾸준히 챙겨 보시는 관객분들을 볼 때면 반갑고 씨네브런치를 통해 독립예술영화의 매력을 알아가는 분들도 있어 뿌듯하고요."


평일에는 관객의 연령층이 높지만 주말에는 어린이와 함께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여 지역사회의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OTT 문화가 발달하면서 대체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의 연령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주말에 상영하는 어린이 영화는 항상 매진이 돼요. 지금은 '사랑의 하츄핑'이 인기죠. 지금의 어린이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과 재미를 알아가면서 커가는 것이 극장의 미래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장 점장은 옥천향수시네마가 지역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공간이 아닌,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쉴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영화관의 존재 이유다.


"여기는 영화를 보러 오지 않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오셔서 쉬다 가셔도 되는 공간입니다. 보통 영화가 끝나면 아이들이 밖에서 부모님을 기다려요. 어른 관객들도 영화 관람이 끝난 후 머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고요. 옥천향수시네마는 공적 공간이니까 편하게들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옥천향수시네마가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주민들의 소중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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