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궁금증 해소시키는 '오승욱만의 디테일' 공개
입력 2024.08.27 09:59
수정 2024.08.27 10:00
영화 '리볼버'가 작품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정보를 공개했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섬세한 디테일과 재미가 담긴 정보를 공개하며 N차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먼저 민기현(정재영 분)이 하수영(전도연 분)에게 쥐어준 리볼버에 숨은 의미가 담겼다.
2년 전 약속을 보증할 증거도 잃고 막막해진 수영은 과거 검도부 스승이던 선배 민기현을 찾아간다. 민기현은 수영에게 쿠키통에 든 낡은 리볼버 한 자루를 건넨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 리볼버는 사실 이제는 병으로 죽음을 앞둔 기현이 경찰 시절 몰래 빼돌린 총이었다. 끈끈한 파트너였던 임석용(이정재 분)과의 관계는 물론 뜻대로 되지 않고 틀어져 버린 모든 것의 원망을 수영에게 돌리며 수영이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라는 기현의 뒤틀린 마음을 대변하는 물건이다.
수영은 대가를 되돌려 받기 위한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탄창 속에 한 명씩 장전해 두지만 오직 한 발의 총알만을 사용한다. 리볼버를 "저주 같은 물건"으로 설정했다는 오승욱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 총을 사람을 죽이는 데 쓰지 않은 하수영의 승리에 누군가는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라며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목적을 이뤄내는 승리의 영화"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또한 오승욱 감독은 임석용과의 추억이 담긴 위스키부터 모든 일이 끝난 마지막을 함께하는 소주까지 수영이 마시는 술의 종류와 마시는 방법에 변주를 주었다.
출소 후 수영은 위시리스트대로 고급 호텔 방에서 홀로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 썰물이 밀려간 것처럼 공허한 표정으로 한 잔에는 위스키를 따르고, 다른 잔에는 전기 포트로 데운 물을 따른다. 그리고 물을 한 스푼, 두 스푼 위스키 잔에 옮겨 담는데 이 장면은 마치 의식을 행하듯 경건하면서도 적막한 그의 심정이 잘 나타났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얻었다.
오승욱 감독은 "미지근한 물을 두 스푼 정도 넣으면 술의 향이 살아난다는 것을 임석용이 가르쳐 줬을 것이다.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첫잔은 가장 행복하게 마시고 싶었을 것 같다"며 끔찍했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들었을 수영의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추측하게 했다.
수영은 윤선(임지연 분)과도 위스키를 마신다. 윤선은 임석용이 수영에게 선물한 위스키를 얼음이 가득 든 물통에 거침없이 부어 넣은 후 수영에게 권한다. 오승욱 감독은 어떻게 보면 값비싸고 소중한 것일 수 있는 그 술을 "'별거 아니야. 이렇게 막 먹어도 돼'라고 하는 것 같은 정윤선의 행동이 임석용과 얽힌 과거의 굴레를 호쾌하게 날려 버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극 후반부 수영은 방파제 노점에 앉아 구운 꽁치와 소주를 마신다. "출소 직후에 마시는 술의 느낌과 마지막에 먹는 술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의 느낌은 굉장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는 오승욱 감독은 "맨 마지막에 마시는 소주는 지금까지 힘든 노동을 하고 나서 콸콸 마셨을 때의 시원함, 해방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오승욱 감독은 섬세한 필력의 소유자답게 대사 한 줄에 인물이 가진 상황과 감정을 잘 함축시켜 보여주는데 전작 '무뢰한'과 의도치 않게 동일한 대사로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신동호 (김준한 분) 형사가 윤선에게 수영의 뒷조사를 시키는 장면에서 그가 불쌍하다는 윤선을 향해 신 형사는 본인 걱정이나 하라며 윤선의 약점을 들먹여 핀잔을 주었고, 윤선은 "예리하시네" 하고 되받아친다. 이는 '무뢰한'에서 정재곤이 김혜경에게 하는 대사와 똑같다. 위장 형사였던 정재곤이 하는 거짓말을 김혜경은 모두 꿰뚫어 보았고 이때 정재곤이 이 말을 하며 유유히 돌아선다. 오승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거 정재곤이 했던 대사네'라고 생각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쓰고 나니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대사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한편 '리볼버'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