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서주연 작가가 조성하는 ‘탄탄한’ 긴장감 [작가 리와인드(136)]
입력 2024.08.26 08:54
수정 2024.08.26 08:54
사이비 종교 실체 파헤친 '구해줘2'
이어 범죄 스릴러로 돌아온 서주연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9년 드라마 ‘구해줘2’에서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파헤치며 긴장감을 조성했던 서주연 작가가 스릴러 드라마로 돌아왔다.
현재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억울하게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리며 범죄 스릴러의 매력을 구현 중인 것. 어두운 장르물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 방송 3회 만에 4%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 ‘탄탄한’ 전개로 선사하는 ‘깊은’ 만족감
서 작가의 첫 작품인 ‘구해줘2’는 궁지에 몰린 마을을 구원한 헛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대적하는 꼴통 김민철(엄태구 분)의 나홀로 구원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당시 웰메이드 장르물로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던 OC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시즌1에 이어 또 한 번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우선 범죄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확실하게 조성한 것이 ‘구해줘2’의 호평 이유였다. 댐 건설을 위해 수몰 지역으로 선정된 월추리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 마을에 종교 단체를 설립하려는 최경석(천호진 분)의 의뭉스러움이 ‘구해줘2’의 전반을 지배했다. 최경석이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사이비 종교의 늪에 빠뜨리는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가면서 드라마의 메시지를 뚝심 있게 끌고 나간 것이 ‘구해줘2’의 미덕이었다.
“될지어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시즌1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리얼하게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한 것. 비상한 머리로 마을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최경석의 교활함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구해줘2’의 부인할 수 없는 성과였다.
여기에 엄태구가 연기한 김민철의 개성을 통해 ‘흥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다혈질에 무식한 꼴통 김민철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변모하는 과정이 마냥 새롭지는 않았지만, 가족-마을 주민들과 복잡하게 얽힌 서사로 깊이감을 더한 서 작가와 이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매력을 불어넣은 엄태구의 조화가 돋보였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소재의 힘’보다는 전개의 탄탄함으로 마니아들을 설득시키고 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사건 발생 이후 형량을 마친 뒤 출소해 진실을 쫓기로 결심하기까지. 긴 서사를 빠르게 전개시키며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 고정우(변요한 분)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차별점을 바탕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전개로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구현 중이다. 주인공 고정우의 살인 여부에 대한 끈을 스릴감 있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의뭉스러움을 드러내는 정우의 주변 인물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전작보다 훨씬 능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서 작가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잘 마무리하고 ‘믿고 보는’ 스릴러 작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