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단타 확대·자금 유출 등 부작용 극심…소탐대실”
입력 2024.08.22 14:37
수정 2024.08.22 15:52
사실상 모든 투자자 대상…외국인 자본 유입도 위축
기존 거래세 포함시 세 부담↑…해외 자금 이탈 가속화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본 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폐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 당론을 정하지 못하면서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 모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 토론회’에서 “금투세는 증시 내 유동성 감소 등으로 고려하면 사실상 1%가 아닌 전체 1400만 주식 참여자 전체에서 과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코스피는 2200조원 규모인데 금투세 도입으로 자금이 적게는 300조원에서 많게는 500조원까지 이탈할 수 있다”며 “단기투자 중심 시장 형성, 외국 자본의 유입 위축, 해외 주식으로 이동으로 인한 환율 상승 등 세수 확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주식 시장 침체 우려를 고려해 시행을 한 달 앞둔 지난 2022년 12월에 여야 합의로 시행을 2년 유예해 시기가 오는 2025년 1월로 미뤄진 바 있다.
다만 금투세 도입 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심화로 인한 투자 매력도 하락으로 투자자 이탈이 불가피해 주식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선진국 중 증시에 대한 거래세, 배당세와 소득세까지 모두 받는 곳은 없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가 500만명에 불과한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의 중심이 된 것에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데 있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증권 거래세는 있지만 소득·배당세가 없는 것에 더해 법인세도 17% 수준으로 26%인 국내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일제히 철수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국내로 유치할 좋은 기회인데 국내 자본 시장에 대한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날 경우 실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금투세 도입이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금이 도입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도 금투세의 문제점으로 투자자들의 인적공제 대상 제외, 건강보험료 추가 부과, 원천징수 방식 등으로 꼽았다. 김 부회장은 “주식 매매 차익이 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과세 회피를 위한 단기 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금투세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과 개선 사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주식 시장은 아직 후진국형에 속하기 때문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금투세의 예상 세수액이 1조3000억원 규모인데 반해 미국 증시와 부동산 등으로의 자금 이탈과 거래세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주는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해외 주식 매수 건은 지난해 600건에서 (최근) 15배 증가했고 매수 금액도 121억 달러에서 12배 늘었다”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득 과세는 형평성보단 효율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토론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렸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주요 지도부 인사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