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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한전채·은행채...자금시장 ‘블랙홀’ 재연 우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8.22 07:00
수정 2024.08.22 07:00

9개월 만에 발행 재개...최근 2개월간 4조1천억 풀려

연말 만기 공사채 30조7천억...초우량채 쏠림 우려

업계 “물량 급증 가능성 낮아”...제도 개선 필요 지적

전라남도 나주시 소재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하반기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 발행이 쏟아지면서 신용도 높은 초우량 채권으로 수요가 쏠리는 ‘자금 블랙홀’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채 등 공사채와 은행채가 대규모 발행되면서 초우량물이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교란할 수 있어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지난 6월 채권 발행을 재개한 이후 이달 12일까지 2개월여간 4조1000억원어치의 한전채가 시장에 쏟아졌다.


한국전력은 지난 6월 1조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한 데 이어 7월 1조9000억원, 이달 들어 1조2000억원어치의 한전채를 찍어냈다.


앞서 한전은 지난 6월 14일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지난해 9월 11일 이후 9개월 만에 회사채 발행을 본격 재개했다. 그간 한전채 발행이 중단된 것은 한전이 지난 2022년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내고 27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순발행하면서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를 흡수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자금 시장 경색에 불을 붙인 것은 레고랜드 사태지만 이에 앞서 한전이 고금리 채권을 대거 찍으면서 시장 수급이 한전채로 쏠렸다. 이후 한전은 한전채 발행을 자제하고 외화채권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왔다.


다만 이같은 단기 차입은 채권에 비해 이자 비용이 많고 조달 규모도 적다는 한계점이 있다. 여기에 하반기 도래 물량이 급증한 것을 감안해 한전이 다시 채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사채(특수채) 규모는 30조7257억원에 달한다. 이 중 10조2500억원이 한전채 물량이다. 9월 1조9600억원, 10월 1조620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고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조4200억원, 3조2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같은 기간 은행채 만기 물량도 75조4504억원에 달한다. 9월 19조502억원, 10월 19조9600억원, 11월 20조6800억원, 12월 15조7602억원 규모다.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많은 만큼 한전과 은행권은 이를 차환하기 위해 신규 채권 발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에서 초우량 회사채의 차환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픽사베이

이에 국채와 다름없는 한전채 등 공사채와 은행채가 쏟아지면서 유동성을 빨아들여 채권시장을 또 다시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활황을 보이면서 자금 조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공사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이 고금리로 풀리면 일반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한전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지만 급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구축 효과에 대한 경계감이 재차 부각될 수 있지만 대규모 순발행 가능성은 낮다”며 “한전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과 적자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특수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민간 부문의 채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수채 발행에 대한 실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 등 공기업은 자금 조달 비용이 낮고 발행 과정이 간단한 특수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유인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특수채가 발행되도록 관리하며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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