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수싸움 오갈 '韓-李 양자회담'…전략 고민하는 한동훈
입력 2024.08.21 00:00
수정 2024.08.21 00:15
실무협상 과정서부터 주도권 싸움 활발
국민의힘, '생중계 회동' 제안하며 기세 선점 시도
민주당 "언론플레이 예의 어긋나…불쾌"
韓 '당정관계' '아젠다' 등 고려사항 많아…신중에 신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양자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가운데, 한 대표가 이 대표와의 첫 탐색전이 될 양자회담의 치밀한 준비에 착수했다.
한동훈 대표는 20일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오는 25일로 예정된 양자회담을 위한 물밑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전날인 19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오는 25일 오후 3시 국회에서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기세 선점을 위한 복안이 베일을 벗고 있다.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 가지 정도 의제를 민주당에 제안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는 지금 (민주당의) 릴레이 탄핵, 무의미한 청문회 등이 많은데 이런 정쟁 정치를 중단하는 선언을 하자는 제안을 우선 의제로 하나 던져볼까 한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는 민생과 관련해서 금융투자소득세, 서민 이자 경감책, 저소득층·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법안으로 챙기자는 민생 회복을 위한 의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 관련 협의체 등을 상설화하자는 세 가지 주제로 제안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국민들한테 빨리 뭔가 결과를 드려야 되는 거라 형식도 두 분이 진솔하게 얘기를 하고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첫 만남인 만큼 민생과 관계없는 주제는 뒤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은 민생 문제만 다루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한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가) 단순히 만나는 데 의의를 둬서는 안 된다. 성과를 내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부터 신속히 논의해 폭염과 민생고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드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양당의 대표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대표의 첫 대련이기 때문이다. 아젠다 설정부터 정치력까지 한 번에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의 경우 대통령실과의 소통도 거쳐야 하는 만큼 더욱 심도 있는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에서 △채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법 △지구당 부활 등 민감한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아무래도 여당이라 대통령실의 기조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만큼 한 대표가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민주당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온다면 한 대표의 정치력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대표회담은 실무협상 과정에서부터 삐거덕대는 모습이다. 박정하 비서실장 발로 언론 보도된 대표 회담 전체 생중계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상당히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며 "박정하 실장 제안이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제안인데, 실무협의를 거쳐 발표할 것은 발표하고 하지 않을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언론플레이'라고 규정하고 "굉장히 중요한 내용인 만큼 실무회의를 거쳐 논의할 부분이지,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문제를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예의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