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거래소 상장심사, 높아진 문턱·속도에 미승인·철회 기업 증가세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8.20 16:49 수정 2024.08.20 18:11

까다로운 절차에 올해 벌써 29곳 ‘고배’...미승인 6곳

빠른 판정 위해 특별 TF 가동...IPO 도전 업체 긴장감↑

이노그리드 이례적 승인 취소...“자발적 포기 더 늘 것”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정체됐던 상장 예비 심사가 속도를 내면서 ‘미승인’ 결정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미승인이란 낙인이 찍히기 전에 심사를 자진 철회하는 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8일부터 특별심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심사 결과를 통보 받는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거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상장 예비 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에 따른 것으로 거래소는 적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TF 조직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파두의 실적 뻥튀기 사태와 올해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 승인 취소로 부실 상장 논란을 겪으면서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강화됐고 상장 절차 역시 지연돼왔다.


거래소가 다시 심사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공개(IPO) 준비가 미흡한 기업들은 미승인 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엄격한 심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종 확정을 내릴 경우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곳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상장 예비 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초 이후(1월2일~8월20일) 상장 예비 심사를 자진 철회하거나 거래소로부터 상장 미승인 결과를 수령한 기업은 29곳(재상장 제외)에 달한다.


이 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자진 철회한 기업이 23곳이다. 심사 미승인을 통보 받은 기업은 플랜텍·퓨쳐메디신·엔지노믹스·자비스앤빌런즈·노브메타파마·이노그리드 등 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진 심사 철회를 택한 기업이 27곳으로 미승인 판정을 받은 곳은 단 1곳(GCT세미컨덕터)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셈이다.


GCT세미컨덕터는 지난 2022년 12월 29일 코스닥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 의견을 받은 뒤 이어 작년 1월 열린 시장위원회에서 최종 미승인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들어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미승인 통보가 늘어나면서 그 전에 자진 심사 철회를 택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보통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미승인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미승인 판정을 받기 전에 자진 철회한다.


여기에 최근 이노그리드가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이례적인 통보를 받은 것도 기업들의 상장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지난 1월 거래소 코스닥 상장위에서 미승인을 받은 뒤 코스닥 시장위 재심을 거쳐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6월 18일 코스닥 시장위는 이노그리드가 상장 예비 신청서에 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내용을 누락했다며 사상 처음으로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취소했다.


이후 이노그리드는 재심사를 신청했지만 시장위는 전날(19일) 열린 재심사에서도 기존 결정을 유지했다. 이노그리드는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향후 1년 이내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준비가 불충분한 기업들은 미승인 낙인이 찍힌 뒤 까다로운 규정과 심사를 거치느니 이를 자발적으로 철회할 것”이라며 “현재 거래소는 상장을 준비하는 곳들 뿐만 아니라 좀비 기업들을 조기에 퇴출시키기 위해 개선안을 준비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