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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꿈’을 꾸는 박기영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 [D:인터뷰]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4.08.17 13:46 수정 2024.08.17 13:46

지난 7월 17일 '위대한 꿈' 발매…데뷔 25주년 기념 음악 여정의 마지막 프로젝트의 시작

"25년이 지난 지금, 음악이 조금 재밌다는 생각"

“2022년 광복절 때 경복궁 근정전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거기서 노래를 부른 대한민국 최초의 여가수가 저예요. 그때 부른 곡이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였죠. 너무 좋은 곡이죠. 저를 다시 심폐소생 시킨 곡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때 생각했어요. ‘우리 민족만의 자긍심이 느껴지는 노래를 곡을, 우리말로 된 노래를 만들자’라고요.”


박기영이 지난 7월 공개한 곡 ‘위대한 꿈’의 시작이다. 동시에 데뷔 25주년 기념 음악 여정의 마지막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했다.


박기영은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아 세 개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여름 일렉트로닉 앨범 ‘매직트로니카’(Magictronica)부터 그의 대표곡을 새롭게 녹음한 베스트 앨범 ‘러브 유 모어’(Love You More), 그리고 올해 가을에는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위대한 꿈’을 선공개하며, 이번 클래식 크로스오버의 그림을 그렸다.


‘위대한 꿈’은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중 ‘목성, 환희를 부르는 자’의 중반부 멜로디에 박기영이 새롭게 쓴 가사를 붙인 특별한 곡이다. 박기영이 강조한 ‘우리 민족만의 자긍심’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웅장함이 특징이다.


“웅장하게 하려고 7월 17일에 발매를 한 거예요. ‘위대한 꿈’ 자체가 제헌절에 꼭 나와야 했던 곡이었죠. 아이가 학교에서 근대사를 공부하는데, 조선, 고려를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5대 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투어를 같이 다니기도 하면서 공부해 보니 뭐랄까,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됐어요. 특히 조선은 기록의 왕조였고,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조상들이 치열했다는 것을 다 느끼면서 정말 자랑스러웠죠. 다들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또 위기에 강한 것이 우리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뉴스만 보면 내일이라도 안 망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따뜻하고 좋은 뉴스들이 많고, 실제로 좋은 사람들이 많고, 좋은 일들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케이컬쳐(K-culture)가 어떻다 하는데, 사실 우리에겐 다를 게 없죠. 우리가 하던 대로 했는데, 그들이 이제 우리를 보는 거죠.”


박기영이 한국민에게 느끼는 자랑스러운 감정이 담긴 만큼 ‘위대한 꿈’이란 노래는 ‘크’다. 길을 걷거나 무엇인가에 집중하기 위해 가볍게 들을 노래는 아니다. 특히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엔 쉽지 않은 곡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박기영은 곡의 정체성에 대해 똑 부러지게 설명했다.


“부르라고 만든 노래가 아닌, 들으라고 만든 노래죠. 어떤 기념식 등에서 부르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딱 그런 용도예요. ‘넬라 판타지아’가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대중을 생각해 이미 베스트 앨범을 냈죠. 제가 발매하는 앨범들의 성격을 잘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크로스오버 앨범의 경우 과거 ‘넬라 판타지아’를 경연 편곡을 한 것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클린 버전 녹음을 하자고 했고, 하는 김에 다시 정규를 내자고 했는데, 정규를 내는 김에 다른 곡들을 모았죠. ‘크로스오버 박기영’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데 앨범을 낸다는 것이 한편으론 제게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꼭 해야 한다면 25주년 패키지의 마지막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국가 행사를 다니면서 보니까, 미국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유럽 쪽은 ‘넬라 판타지아’를 많이 하더라고요. 우리 정부 행사에서도 ‘넬라 판타지아’를 하고요. 그래서 우리의 언어로 하나 있어야 하는데, ‘다들 왜 안하지’라는 생각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곡이 ‘위대한 꿈’이에요.”


‘위대한 꿈’을 비롯한 데뷔 25주년을 기념 마지막 프로젝트 크로스오버 앨범을 오는 10월 발매 예정이다. 이번 앨범에는 ‘위대한 꿈’ 외에도 대표하는 크로스오버 히트곡 ‘넬라 판타지아’부터 ‘동백 아가씨’ 등 성악곡과 오페라 아리아, 전통 가요까지 박기영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다양한 곡이 담길 예정이다.


그런데 앨범 발매 시점이 의아했다. 보통 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으로 잡으면 가수 인생을 중간에 정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전환점을 알린다. 그런데 25주년이라니. 어떤 의미일까.


“20주년은 막 성인이 된 느낌이었고, 이제 25년쯤 되니까. ‘음악이 이제 조금 재밌다’라는 느낌. 이제 진짜 음악이 재밌거든요. 25년이 돼서 재밌다고 하면 큰일인데, 그전에는 뭐랄까 음악이 짐이 되기도 했었죠. 또 먹고 살기 위한 도구였고요. 저는 음악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돈을 벌 수 있는 음악과 제가 생각하는 음악과 제가 알고 있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죠. 20대를 내내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요. 데뷔해서 뭘 알겠어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했죠. 재밌던 적도 많았고, 황당했던 적도 많았죠. 그때는 다 그랬으니까요. 그나마 제가 성향이 제3자 느낌으로 조금 떨어져서 보는데, 그래서 대중음악계에서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5집 앨범 때부터가 아마 제가 완벽하게 제 의지대로 만든 음반일 거예요. 이제는 제가 제작을 하잖아요. 그래서 베스트 앨범에서 다시 녹음할 수 있었던 거죠.”


가수가 음악에 재미를 느끼고, 또 자신의 의지대로 앨범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지금이야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서 어느 정도 ‘개인의 힘’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자유로운 영혼’들은 종종 가요계 상황과 본인의 성향이 충돌이 나곤 했다.


“저는 이것저것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있고, 기분도 격정적일 때가 있어서, 이럴 때는 이런 음악하고 또 다를 때는 그걸 다 해야 해요. 제가 연습생으로 있다가 갑자기 1년 도망간 것도 그런 이유죠. 지금은 너무 자유롭죠. 심지어 제가 제작자니까, 가장 자유로운 상태죠.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에 정말 감사해요. 이건 제가 노력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진짜 운이 좋았고, 계속 꾸준히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오늘 제가 있는 거죠. 만약에 저 같은 성향의 사람이 음악 안하고 다른 거 했었다면, 살았겠어요? 이렇게 음악 하나만으로도 할 게 많은 사람인데. 저에게 다른 일 하라고 그러면 형벌 같았을 거예요. 저에겐 축복이죠. 계속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상황이.”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박기영도 그랬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음악에 대한 생각이다. 하루에 음악보다 더 많이 하는 일들이 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늘 가동되고 있었다.


“앞으로 또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계속 이렇게 생각들이 달라지니까요. 제 큰 장점이자 단점이 정말 생각이 많다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계속 음악을 열심히 하고, 음악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일까. 막상 나는 음악 하는 시간보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 보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 결론은 뇌를 항상 음악에 열어두기 때문이라고 봐요. 항상 ‘이미지 메이킹’을 하니까. 좋은 글귀를 보면 거기에 대해 사색하고 적어놓고 가사 쓸 때 참고하고. 그런 것들이 제가 음악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음악은 기본적으로 소통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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