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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향한 러브레터 '그녀를 지우는 시간' [D:쇼트 시네마(8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8.17 11:00 수정 2024.08.17 11:00

홍성윤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한 영화 감독(서현우 분)은 죽은 영화도 살려낸다는 편집자(문혜인 분)를 찾아간다. 오케이 컷마다 찍혀있는 귀신을 지우고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도대체 영화의 오케이 컷마다 귀신(양다혜 분)이 등장하는 지는 모를 일이다. 무서움과 황당함도 잠시 영화 감독과 편집자에게는 귀신이 왜 나타났는지 보다 이 귀신을 어떻게 지워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골몰한다.


감독은 영화 한 컷이 모두 소중하다. 오케이 컷도 자신의 머릿 속에서 다 계산된 구도로 촬영됐기 때문에, 편집자 제안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에 영화 감독의 시선, 편집자의 시선이 사사건건 부딪친다.


한 장면이라도 살리려는 감독과 이 장면이라도 잘라내야 하는 편집자의 대화가 흥미롭다.


영화는 영화 속 상황으로 들어갔다가 밖의 상황을 오간다.영화 속 영화는 여주인공(박수연 분) 짝사랑하는 선배(차서원 분)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풋풋하고 몽글몽글한 감정이 들어가 있지만, 피, 땀, 눈물로 찍은 영화의 위기에 영화 밖의 상황은 공포다.


영화 속 귀신이 현실 세계로 건너오면서 영화의 장르는 더 확연하게 바뀌는데, 이 와중에도 컷을 포기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감독의 고뇌가 블랙코미디스럽게 녹아있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아이디어도 연출도 모두 신선하다. 단편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물과 기름 같은 장르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존재하는 형식이 기발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연출적인 면 모두 놓칠 구간이 없다.


얼마나 많은 감독들이 영화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갈등과 위기를 넘겨왔을까. '그녀를 지키는 시간'은 영화와 만드는 행위를 모두 사랑하는 메가폰의 지독한 멜로 영화다. 엔딩 크레딧 모두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러닝타임 39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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