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갈아타기' 쉬워진다…손님 맞이 분주한 증권가
입력 2024.08.13 15:22
수정 2024.08.13 15:27
높은 수익률 쫓는 '머니무브' 기대감
미래에셋證, AI 로보어드바이저 출시
삼성證, 관련 채권 상품 라인업 강화
현재 가입한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그대로 갈아탈 수 있는 현물이전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업계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채권매매 상품 등을 갖추는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28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345조8140억원)보다 48조4692억원(14.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증권업계의 적립금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94조512억원으로 같은 기간(79조1534억원) 대비 18.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의 증가율인 15.5%, 6.6%를 모두 상회한 것이다. 증권사의 연간 수익률이 7.11%를 기록해 은행(4.87%) 등을 압도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15일 시행되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로 증권사를 찾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보유 중인 계좌, 펀드 등 포트폴리오를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금융사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계좌에 포함된 투자상품을 모두 매도한 후 현금화해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고객들 사이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면서 상품을 매도하거나, 저점에 산 상품도 중도 해지해야 한다는 등의 불편함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다.
또 중도 해지 리스크로 수익률이 낮아도 처음 가입한 금융사의 상품에 계속 자금이 묶여 있어 투자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증권사의 퇴직연금 투자상품이 수익률은 물론 종류도 가장 다양하다는 점에서 해당 제도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현재 증권사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는 은행 계좌에서는 매매가 불가능하며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역시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로만 투자가 가능하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현물제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한편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 AI를 통해 투자 일임 사업이 허용됨에 따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계좌개설, 상품투자, 자산관리, 연금수령 전 단계를 서비스하는 한편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연금백세)과 카카오톡 채널(NH투자증권 퇴직연금 친구톡)을 통해 퇴직연금 관련 콘텐츠도 서비스하고 있다.
이외에 삼성증권 또한 채권투자 수요에 맞춰 모바일을 통한 퇴직연금 채권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계 최다 120여개의 채권 라인업을 구성했다. 서류 작성 없이 간단한 정보만으로 확정기여형(DC) 계좌개설이 가능한 ‘삼성증권 3분 DC’, 국내 최초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내 관리 수수료를 없앤 ‘다이렉트 IRP’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예금 대용의 고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매달 수조 원의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되고 있다”며 “퇴직연금에서 비슷한 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