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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과 칭찬의 보이지 않는 힘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8.10 14:03 수정 2024.08.10 14:03

영화 ‘빅토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칭찬은 듣는 사람에 기분을 좋게 만들고 미소 짓게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국민들의 칭찬과 응원에 힘입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관심과 응원이 컸던 종목에서 더 많은 금메달이 나왔던 것이다. 칭찬과 응원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빅토리’는 칭찬과 응원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다.


1999년 힙합에 빠진 고교생 필선(이혜리 분)은 단짝 미나(박세완 분)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맞춰 춤으로 부산 남학생들을 평정한다. 엄정화의 백댄서를 꿈꾸는 필선에게 지금 당장 소원은 학교에 댄스 동아리방을 얻는 것이다. 얼마 후, 서울에서 치어리더를 했다는 세현(조아람 분)과 축구하는 그의 오빠(이찬형 분)가 전학 오면서 희망이 생긴다. 필선은 축구부의 승전 소식을 학수고대하는 교장선생님에게 응원의 효과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서울에서 치어리딩을 해봤던 세현과 함께 오디션까지 펼치며 ‘밀레니엄 걸즈’라는 응원단을 꾸려 축구팀의 응원과 힙합을 위해 춤을 춘다.


지난 추억을 소환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영화의 배경이 1999년도로 설정된 만큼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할 만한 많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다. 당시 유행했던 힙합 패션은 물론 주인공이 즐겨 입는 브랜드인 노티카, 폴로, MLB 모자, 쟝 스포츠 백팩 등을 비롯해 DDR 댄스, 유행가요 등이 그렇다. 특히 필선과 미나는 서태지의 ‘하여가’ 디바의 ‘왜 불러’ 듀스의 ‘나를 돌아봐’ 김원준의 ‘쇼’ 터보의 ‘트위스트 킹’ NRG의 ‘할 수 있어’ 등에 맞춰 힙합을 춘다. 영화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당시 유행했던 가요 덕에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더욱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이 1984년에 결성된 거제고교의 ‘새빛들’이라는 서클 학생들의 이야기여서 생동감은 물론 웃음과 감동을 더한다.


새로운 소재로 삶에 지친 우리에게 응원을 전한다. 영화 ‘빅토리’는 국내 영화 최초로 치어리딩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치어리딩은 춤과 음악에 맞춰진 응원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높여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에너지는 영화로도 이어져 시원시원하면서도 경쾌한 춤과 흥겨운 음악을 맞게 관객의 심박수를 올린다. 걸스데이라는 걸그룹 출신답게 이혜리의 안무는흠잡을 곳이 없이 탄탄하며, 박세완과 조아람 등 9명이 보여주는 군무와 활기찬 응원의 치어리딩은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가 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더욱이 세기말,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 현실과 닮아있어 몰입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게 만든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언젠가부터 극장의 타켓층 연령이 높아지면서 청춘들의 이야기나 젊은 신인 배우가 주인공이 된 작품이 줄어들었다. 특히 대작 영화에서는 더욱 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1999년 여고생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영화에서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와 활약을 볼 수 있다. 첫 스크린에서 조아람은 서울에서 전학 온 깍쟁이 여학생 역을 맡으며 필선과의 팽팽한 대립을 보여준다. OTT드라마 ‘무빙’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이정하 또한 필선을 향한 순애보를 보여주었고, 박세완은 필선과 세현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밀레니엄 걸즈’가 원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조하는 미나 역을 잘 소화해 냈다. 그밖에 이찬영, 최지수, 백하이의 연기가 영화를 빛나게 만든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은 그 어느 올림픽보다 많은 메달을 획득해 국민들의 사기를 높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타면서 청년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사기가 꺾이고 있다. 응원과 칭찬이 필요한 시기다. 영화 ‘빅토리’는 고교 치어리딩 응원단의 활약을 통해 응원과 칭찬이 사람과 시스템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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