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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자율주행차 굴기 싹부터 자른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8.11 07:07
수정 2024.08.11 07:07

美, 中 개발 자율주행·커넥티드차 SW 사용 금지 추진

中서 개발 최신 무선통신 모듈 장착 차량도 금지 방침

中 개발 SW, 美 주요기관 정보수집 가능해 안보 위협

中 “미국, 국가안보 내세워 중국 기업 억압한다” 반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5월15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원회에 나와 중국산 커넥티드차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애 “국가안보 위험은 매우 중대하다. 매우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자율주행차 굴기(崛起·우뚝 서다)를 견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된 차량) 소프트웨어(SW)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달 말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에 중국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사용금지를 제안하는 한편 중국산 통신모듈을 장착한 차량의 미국 내 주행을 금지하는 방안도 집중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5일 보도했다. 중국 소프트웨어 사용금지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워싱턴DC에서 커넥티드카 안보위협에 관해 동맹국과 산업계 지도자들을 만나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엔 우리 외교부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실무자가 동석했다. 호주·캐나다·유럽연합(EU)·독일·인도·일본·스페인·영국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 및 안보담당 차관은 “차량 소프트웨어와 부품에 대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서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차에 중국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할 경우 중국 기업이 생산한 자율주행차의 미국 내 도로주행 시험도 금지된다. 레벨 3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는 없으나, 시스템이 요청할 경우 운전 기능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수준이다.


중국 바이두가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아폴로 고’의 로보택시가 지난 2021년 5월2일 베이징 쇼강 공원에 설치된 소비자 서비스 카운터를 통과하고 있다. ⓒ AP/뉴시스

미 상무부는 이와 함께 중국에서 개발된 최신 무선통신 모듈을 장착한 차량 역시 금지할 방침이다. 이 조치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생산 업체와 부품공급 업체는 자사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에 사용된 소프트웨어가 중국 등 ‘해외 우려 기관’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규제가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차량 내 통신모듈은 미국 내 지형이나 주요 기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커넥티드카는 탑승자 대화를 녹음하거나 차량 자체를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앞서 5월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해 수입금지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상무부 대변인도 4일 이번 규정에 대한 질의에 “커넥티드카의 연결 기술과 관련된 국가안보 위기를 경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급속히 확장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중국 입지가 공고해지고 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1.9%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410억 6000만 달러(약 56조 5000억원), 내년엔 504억 1000만 달러, 2026년에는 618억 7000만 달러에 각각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도로에서 역주행하던 택시를 정차시킨 경찰의 보디캠에 찍힌 장면. 구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인 만큼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다. ⓒ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시험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비야디(比亞迪·BYD)·웨이라이(蔚來·NIO)·창안(長安)자동차 등 9개 차량업체에 레벨 3·4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승인했다. 레벨 4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이다. 완전 자율주행 전 단계다. 허용 도시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비롯해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圳),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7곳이다. 덕분에 중국 전역에서 매달 1000만km가 넘는 운행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사실 무인 자율주행 택시의 상용 서비스는 미국이 가장 빨랐다.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는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로보(Robotaxi)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사업부문 크루즈(Cruise)는 좀 더 복잡한 도시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서부에서 2022년 6월부터 무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낮 시간대가 아니라 차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대(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에만 운행이 가능하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불가하다는 조건이 달렸다.


중국에서는 최대 검색엔진 업체이자 자율주행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를 운영 중인 바이두(百度)가 3년 전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로보택시들이 잇따른 인명사고로 주춤한 상태지만 중국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4월 출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첸쿤(乾坤)ADS 3.0’은 지금도 매일 1000만㎞ 이상 가상 주행을 하며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 자료: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굴기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유롭게 실험하고 제한없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 덕택이다. 중국 정부가 바이두에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안전요원조차 타지 않는 완전 무인택시의 운행 허가를 내준 것은 2022년 8월이다. 바이두가 실제로 무인 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였다.


아폴로 고는 현재 베이징과 선전, 충칭(重慶) 등 중국 내 3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국 내 자율주행 시험이 가장 활발한 우한에서만 500대의 로보택시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인구 2만 2000명당 한 대 꼴이다. 인간의 안전 보조운전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다.


바이두는 올해 말까지 100개 도시에서 아폴로 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천줘(陳卓) 바이두 자율주행 사업부 총괄 매니저는 "아폴로 고가 올해 말까지 차량을 1000대까지 늘리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도시에서도 우한에서의 성공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중국은 서방 국가처럼 개인정보 수집에 규제가 없다 보니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서 제약이 거의 없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안전성과 관련한 온라인 토론을 제한하며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부정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데이터가 중국 내에서만 흐르고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제도적 틀까지 만들어뒀다. 일종의 ‘데이터 보호주의’다. 2021년 9월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금지하는 데이터보안법을 만들었고, 이 규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 자료: 스테티스타

중국 기업들이 외국에 설립한 연구 시설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중국으로 들어간다. 중국 기업들에는 고해상도 지도 등의 지리정보 수집과 사용이 허용되지만, 외국 기업들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 기업과 합작해야만 중국 기업을 통해 지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미 정부의 규제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미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전기차는 세계화된 산업”이라며 “미국이 시장과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고 모든 국가의 기업들에게 공평한 경쟁 환경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산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이날 “자율주행차 부문의 세계적 발전을 방해하게 될 뿐"이라며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중국 기업을 억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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