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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적자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본력 '자신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8.07 06:00 수정 2024.08.07 06:00

9년 만의 손실에 불안감 일지만

BIS 비율은 거의 4년 만에 최고

부실 사태 트라우마 떠올리기엔

탄탄해진 기초 체력 '비교 불가'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의 자본력 지표가 올해 들어 더욱 좋아지면서 거의 4년 만에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가 9년 만에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소식에 일각에서 불안이 일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탄탄한 기반을 갖춘 모습이다.


특히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트라우마 탓에 위기론이 새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자본력에 허덕였던 당시와 상황을 비교하는 건 지나친 기우란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79개 모든 저축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평균 14.68%로 전년 동기 대비 1.07%포인트(p) 높아졌다. BIS 비율은 금융사의 자본력을 평가할 때 주로 쓰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본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자산 기준 5대 저축은행 중에서는 SBI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15.43%로 같은 기간 대비 2.04%p 오르며 가장 높았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15.24%로, OK저축은행은 12.77%로 각각 2.20%p와 0.71%p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BIS 비율도 12.02%로 1.34%p 높아졌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 비율만 15.21%로 0.95%p 낮아졌다.


이같은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BIS 비율은 분기 기준으로 2020년 상반기 말(14.79%) 이후 최고치다. 금융당국이 정한 저축은행의 BIS 비율 법정 기준이 자산 1조원 이상은 8%, 1조원 미만은 7%임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여유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업계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저축은행들의 자본력 개선은 최근 갑작스레 불거진 위기론과 대비되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업계가 지난해 수천억원대 적자를 떠안았다는 사실에 일각에서 불안감이 일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자본력을 놓고 보면 과도한 우려일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들이 정말 흔들릴 수 있을 정도의 실적 부진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는 현실이란 얘기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총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2022년 당기순이익이 1조5622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조원가량 순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저축은행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올해 1분기에도 153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며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고금리 예·적금을 유지하면서 이자비용이 지난해에만 5조3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83.4% 급증했다. 또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조8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0.5%나 늘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10여년 전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하는 건 격차가 크다는 평이다. 우선 실적 자체만 놓고 봐도, 부실 사태가 드러나던 2011년 당시 저축은행들이 떠안은 연간 적자는 2조36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에 가까운 손실 규모다.


기초 체력을 엿볼 수 있는 자본력으로 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1년 말 저축은행업계의 BIS 비율은 고작 2.20%에 불과했다. 올해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직접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저조한 수치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지 적자 실적을 냈다고 해서 금융사의 불안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고, 실질적인 평가는 자본력을 잣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아무리 자본력이 탄탄하더라도 막연한 공포 심리가 번질 경우 어떤 금융사라도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당국과 업계, 소비자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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