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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전' 선언한 전삼노…'삼성 괴멸'이 목적인가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8.02 11:21 수정 2024.08.02 11:21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25일간 총파업 멈추고 '게릴라식 투쟁' 선언

불시파업 등 장기전 펼치며 사측에 타격 입히고 조합원 수 늘리려는 전략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삼노 유튜브 라이브 영상 캡처



게릴라전. 병력이나 장비의 열세로 정규전으로 맞서기 힘든 적에게 소규모 병력으로 비정기적 타격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 자체로 승패를 결정짓는다기보다, 상대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전력을 깎아먹고 적 병사들의 피로도를 높여 가며 후일 정규전으로 맞설 때 쉽게 괴멸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마오쩌둥이 병력과 장비 면에서 한참이나 우세한 국민당을 괴멸시키고 중국을 공산화하기까지 게릴라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체 게바라는 게릴라전을 통해 쿠바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다. 그가 쿠바를 떠난 배경에는 게릴라전으로 다른 남미 국가들을 공산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좌파 정치인이 한반도 전쟁 발발시 북한을 돕기 위해 게릴라전을 펼치자는 선동을 했다가 옥살이를 하고 정치 생명을 마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실행을 모의했다는 혐의에선 벗어났지만, 그의 선동대로 실제 전쟁 발발시 후방에서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게릴라전이 벌어진다면 그들의 ‘동지’인 북한군의 남침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처럼 ‘비정규전의 정석’으로 불리는 게릴라전이 노동운동 현장에 등장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1일까지 진행한 25일간의 총파업을 멈추고 현업으로 복귀하는 대신 내놓은 ‘장기 투쟁 전략’이다.


전삼노는 1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다. 끝장 교섭 결렬로 파업 투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투쟁의 성공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해 대표교섭 노조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전삼노로서는 거대 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전면전을 펼치기 버거웠을 것이다. 전면전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상대에게 게릴라전은 최선의 선택이다.


전삼노 집행부는 사측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식으로 게릴라전을 벌일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게릴라전 성공의 전제조건은 ‘집행부의 리더십’이다. 집행부의 전략을 조합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투쟁이 이뤄질 수 없다. 집행부를 따른 이들에게 베네핏이 주어진다는 학습효과가 있어야 더 많은 이들을 노조에 가입시켜 세를 불릴 수 있다.


지난 25일간의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인당 400~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서는 노조 집행부의 리더십이 유지될 수 없다.


거의 타결에 이를 뻔했던 교섭을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 200만 포인트’ 지급을 요구해 가며 뒤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운동 판에서 잔뼈가 굵은 강성노조들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온갖 꼼수로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 받는다는 사실을 이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게릴라전을 통해 사측에 타격을 입히고 이를 지렛대로 ‘조합원만을 위한’ 베네핏을 얻어내면 조합원 수를 늘려나갈 수 있다. 직원 과반수를 조합원으로 끌어들이고 영구적인 대표노조 지위까지 확보하면 더 이상 게릴라전이 아닌 사측과 전면전을 벌일 여건이 마련된다.


여기에 거대 조직과 체계적인 투쟁 노하우, 강력한 투쟁 의지를 갖춘 상급단체를 뒷배로 끌어들이면 금상첨화다. 전삼노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에 속해 있지만, 그동안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금속노조는 전삼노의 교섭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가 하면, 파업 선언시 지지성명을 내고, 심지어 기자회견 현장에 부위원장을 보내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삼노가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면 다음 스탭은 민주노총 가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전삼노가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과반수의 조합원, 집행부의 리더십, 민주노총의 후방지원이 이뤄진다면 거대기업 삼성전자도 무너뜨릴 수 있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술력과 양산능력 경쟁이 치열한 핵심 포인트에 집중해 적기에 타격을 가하면 회사가 버텨낼 방법이 없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불법 행위까지 면책되니 더 집요하게 사측을 괴롭힐 수 있다. 지금은 게릴라전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전면전으로 삼성전자를 괴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430만명의 거대 병력을 가진 국민당을 괴멸시켰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괴멸이 국가 경제와 반도체산업, 수많은 국민들의 생계에 미칠 영항은 어쩔 거냐고? 큰 일을 하는 데 다소의 희생은 있게 마련이다. ‘노조 할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에게 국내 1위 기업이자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하나쯤 무너지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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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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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4.08.02  05:35
    차라리 잘 됐네. 
    게릴라들 잡아내서 합법적으로 해고하면 되니까! 
    멍청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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