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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성우‧유튜버로 대중과 만났던 니즈 “진짜 내 음악을 하고 싶었다” [D:인터뷰]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4.07.29 08:15 수정 2024.07.29 08:15

신인 가수 니즈(NIIZ’s, 본명 안연진)의 노래는 독특하다. 생소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목소리와 분위기가 1995년생 답지 않다. 그러다보니 ‘니즈는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


사실 가요계에서 1995년생이 어떤 ‘드러난 경력’ 없이 신인으로 데뷔하긴 쉽지 않다. 아이돌 중심이 된 시장에서 10대 중후반 데뷔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으로 넘어가 ‘신인 데뷔’하고 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나, 아이돌 연습생 출신 등의 경력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목소리’만으로 궁금증을 갖게 한 니즈의 데뷔 과정은 독특했다.


“어떻게 보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가 맞는 말일 수 있어요. 제가 딱히 앨범 활동을 개인적으로 한 것도 아니라, 아이돌 곡 가이드나 코러스, 광고 성우 일을 했었거든요. 또 버추얼 휴먼 유튜버 목소리도 제가 하고 모션 캡쳐 일도 했었죠. 음악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지만, 메인잡으로 하진 않았죠. 그러나 ‘이제 음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 대학 전공이 케이팝 전공인데, 졸업하고 나서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조금 주저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 혼자 앨범을 내는 게 제 능력치의 어떤 한계가 있었던 것 같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노래하는 것’을 계속 생각했던 니즈는 동아방송예술대에서 케이팝을 전공했다. 댄서로서 활동하고, 다른 이들에게 목소리‘만’을 들려줬지만, 이미 어릴 적부터 가수 데뷔를 늘 생각하고 있던 셈이다.


“어릴 적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아이돌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당시 아이돌 시장이 전반적으로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어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제 색깔이랑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 활동하던 걸그룹이 굉장히 청초하고 여성스러웠는데, 저는 그때도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 길이 아닌 건가’라는 생각을 좀더 빠르게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지난해에 생각이 바뀌었죠.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이 일들도 해보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이는 제가 ‘원하는 것’의 주변 일들이었죠. 제 마음속에 항상 그런 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음악을 계속하고 싶고, 이제 내 음악을 진짜 하고 싶다. 남들의 음악을 불러주는 것도 너무 좋고 의미 있지만, 내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요. 그 생각의 증폭이 커진 게 작년이에요. ‘이렇게 계속 제 음악에 미련이 남는다면 한 번은 해보고 죽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간절함이 더 커진 거죠. 그때 마침 회사에서 제작 관련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고, 주변에 여러 명을 찾다가 프로듀서 오빠가 저를 떠올리신 거예요. 그래서 회사와 미팅하고 10월에 계약한 후 본격적으로 11월부터 작업을 시작했죠.”


예명 니즈는 리스너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켜 주자는 취지로 지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한 예명이며, 동시에 이미 몇몇 아티스트가 사용하고 있다. 보통 신인들은 자신들 특징을 드러냄과 동시에 대중에게 쉽게 기억될 만한 팀명이나 예명을 선택한다. 의외였다.


“니즈라는 예명을 정하게 된 계기는 제가 늘 가지고 있던 마음 때문이었죠. 저는 어디 가서든 그 자리에 늘 있었던 사람처럼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이건 제 음악이랑 별개로 제가 살아오면서 항상 가졌던 자세죠. ‘애는 어딜 데려다 놔도 다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저랑 뮤직비디오 작업을 같이 하신 분 중에서 한 명이 ‘니즈’를 추천해 주신 거예요. 저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너무 많이 들었던 단어니까 괜찮을지 걱정했는데, 계속 듣다 보니까 그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가 너무 좋았고, 제 생각과도 맞았어요. 제가 아티스트로서 잘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면 이름 때문에 안되는 것은 없을 것 같아요. 니즈에 대한 확신이 있었죠.”


지난 25일 발표한 데뷔곡 ‘블러’는 ‘블라인드 오브 러브’(Blind of love)의 줄임말로, 사랑과 이별 앞에 모든 순간이 흐려진, 이유를 알고 있지만 끝내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니즈는 작사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녹였다.


“이 곡은 프로듀서 오빠가 다른 분들이랑 원래 좀 작업을 몇 년 전에 해놨다가 멈췄죠. 뭔가 가사를 붙이기도 애매했던 거죠. 그런데 전 이 곡을 듣고 ‘왜 이걸 멈춰놨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노래를 제 식으로 바꾸면서 가사는 제가 겪었던 경험 중에서 뭔가 굉장히 흐릿했던 그런 사랑의 형태를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이 노래의 포인트는 결국 흐려진 사랑이라는 것이, 남이 나에게 그렇게 만든 줄 알았는데, 내가 내 자신에게 그렇게 흐리고 했다는 것이죠. 내가 내 손으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이 흐린 사랑을 판단하지 못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냥 슬프기만 한 노래는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댄서, 유튜버, 광고 성우 등의 일을 하던 니즈의 가수 데뷔는 주변에 ‘놀라움’을 안겼다. 유튜브에 안무 영상만 대부분일 정도로 춤추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의 행보를 보면 ‘아이돌 스러운’ 노래를 할 것으로 보였지만, ‘블러’는 의외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반전을 주고 싶었다’는 니즈의 바람이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히 니즈가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 애초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터뷰 당시에는 곡이 공개되기 전이라 부모님이 ‘블러’를 접하지 못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정말 심했어요. 예술 계통 일을 아예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반대가 너무 심했죠. 고등학교 때부터 설득했어요. 고1 축제 때 무대에 올라간 영상을 방송반 친구들에게 받아서 부모님에게 보여드리면서 설득했어요. ‘난 이런 거 너무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이만큼 하는데, 더 배워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뭔가 지원을 해줄 걸’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지금은 많이 응원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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