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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뒷걸음질에 정책 의지 의심받는 ‘기후 악당’ 한국 [위기의 자원순환⑥]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7.27 07:00 수정 2024.07.27 07:00

재생에너지 목표 뒷걸음질 등 이유로

세계 기후변화대응지수 사실상 꼴찌

선진국 이면에 온실가스 배출국 악명

전문가 “국제적 기후 리더십 보여줘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 앞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고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언제부터인가 세계 환경 관련 단체들은 한국을 ‘기후 악당국’이라 부른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분리수거율과 70%(환경부 기준)에 달하는 재활용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오랫동안 기후 위기의 주범국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환경 정책이 뛰어난 시민의식을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2016년 영국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리이밋 홈 뉴스’는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한국을 ‘기후 악당국’으로 평가했다.


‘기후 악당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2021년 환경부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3%로 세계 평균(9%)이나 유럽연합(EU, 325.5%)과 비교해도 월등히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해를 거듭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오히려 더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국제 기후변화 정책 분석 전문기관인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한국은 EU를 포함한 64개국 가운데 61위를 기록했다. 2022년 평가 때보다 4계단 더 떨어진 순위다.


참고로 기후변화대응지수는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등 4개 분야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저먼위치 등은 2005년부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에 책임이 있는 64개 나라의 지수를 산정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다 나쁜 순위를 받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이들 국가가 산유국이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이 꼴찌라고 봐도 무방하다. 2022년보다 4계단 떨어진 순위다. 기후변화대응지수 발표 이틀 전 국제 환경단체들은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에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국내 기후변화 정책 전문기관인 기후솔루션(SFOC)은 순위가 지난해보다 내려간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서 하향 발표된 재생에너지 목표다. 지난해 정부는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0년까지 기존 30.2%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낮췄다.


두 번째 이유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공적 금융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자금 조달을 아직 종료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세 번째 원인은 국내 바이오매스 사용률 증가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에 따라 지난 10년간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42배 증가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발전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상당한 온실가스와 산림파괴 및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바이오매스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아 청정 재생에너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결국 한국의 기후대응지수를 깎아 먹는 요소가 됐다는 게 기후솔루션 주장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한국은 10위를 웃도는 세계 경제 강국인 동시에 세계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 위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기후 의제로도 한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는 기후 위기 대응의 주도적인 역할로 나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돕고, 공적 자금의 화석연료 투자를 끝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공적 금융의 역할을 살려야 하며 이는 곧 국제적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탈탄소’ 속도 높이는 국제사회, 법률·현장 전면 재정비해야 [위기의 자원순환⑦]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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