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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무너져가는 걸 왜 사냐는 얘기도”…농촌 빈집의 재탄생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4.07.26 10:01 수정 2024.07.26 10:01

충남 예산군 소재 건양길 카페 대표

서울서 5년전 귀촌해 빈집 매매·활용

정부 민간 활용도 도모 등 정책 속도

‘빈집은행’ 도입도…민간 플랫폼 활용

충남 예산에 위치한 건양길 카페 전경. ⓒ농림축산식품부

#. 이슬기 건양길 카페(충남 예산 소재) 대표는 서울에서 프리랜서(디자인)로 거주 중 5년 전인 부모님 고향인 예산으로 귀촌했다. 부모님이 귀촌 목적으로 알아보던 건물을 이슬기 대표 부부가 매입해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출퇴근 시간에만 3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등 수도권 생활에 회의감이 느껴지던 차였기 때문이다. 매매 계약 후 이슬기 대표 부부는 두달동안 직접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과정을 유튜브에 올렸고, 조회수가 160만회를 기록한 영상도 있다. 1940년대 지어진 빈집의 구조적 매력을 느껴 본채는 거주공간, 변채는 카페공간으로 오픈, 이후 방문객 증가로 본채까지 카페로 확장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할 때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소요되고, 회의감도 느껴져 언젠가는 귀촌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프리랜서로 마침 전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현 카페를 조성한 빈집을 봤는데 제 기준에선 다 쓰러져가는 폐가였는데 아내는 원복하면 될 거 같다고 봤다”며 “당시 주위에선 무너져가는 걸 왜 사냐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도 저희 부부는 뜻대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완성 후 1년동안 주거용도만 사용했는데 그때 너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건양길 카페는 지역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한 제품도 판매 중이다. 예산사과 시나몬에이드, 예산사과 시나몬차, 예산사과 시나몬케이트 등이다. 이 대표는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 예산사과를 이용한 에이드 등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그는 “주중에 바쁠 땐 7~80명, 주말엔 2~300명 정도가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주중에는 예산, 아산, 홍성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많이 방문해주시고, 주말에는 10명 중 7명은 예산 외 지역에서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건양길 카페 전경. ⓒ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늘어나는 농촌 빈집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활용도를 높이고, 활용불가 빈집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철거·정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농촌 빈집은 6만5000호로 철거형 3만6000호(56%). 활용가능형 2만9000호(44%)로 조사됐다. 빈집 10가구 중 7~8가구는 상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기준 빈집 발생은 상속 78%, 노환 등에 따른 타지역 거이주 20% 등이다.


정부는 빈집 상세정보 수집·분석으로 민간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등을 활용해 빈집 주소, 입지·유형, 상태, 소유자 매매·활용 동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빈집은행’도 추진해 농촌 빈집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빈집실태조사 결과를 전국 도·농 빈집정보플랫폼(빈집정보알림e)·민간플랫폼과 연계해 농촌빈집 수요·공급을 매칭할 계획이다.


빈집 정보를 거래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한 후 중개 역할 수행이 가능한 기업(개별중개사·협회, 중개 가능한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민간 부동산 플랫폼 연계로 매매 활성화를 유도한다. 지자체와 빈집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체험·민박, 상업시설, 컨설팅 등) 중인 민간 스타트업 등을 연계해 빈집도 활용한다.


민간 중심 빈집 정비 활성화를 위해 빈집활용 관심 기업과 관심지자체, 연구기관 등 참여를 통해 7월부터 실증연구도 추진한다. 연구를 통해 빈집 매매 및 활용에 필요한 제도와 지원과제를 발굴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25일 건양길 카페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빈집을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농촌빈집특별법’을 계획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25일 건양길 카페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빈집을 정비하는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빈집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농촌빈집특별법’을 준비 중”이라며 “지금까진 개인이 소유한 집에 대한 재정지원을 한다는 게 터부시돼 왔다. 왜 정부가 지원을 하느냐는 생각이 강했는데, 농촌 빈집은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 빈집이 남하게 있으면 경관을 해치고, 범죄 발생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일부 국민은 농촌 빈집에 대해선 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당 논의가 어느 정도 공감대가 가질지는 도전을 해봐야 알 수 있겠으나, 농식품부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법률에 담아 재정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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