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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Q 뛰어넘는 이 ETF, 韓선 '투자 금지'[기자수첩-산업IT]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4.07.26 07:00 수정 2024.07.26 07:00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유입액 多

美 비트코인 주류 자산 인정한 지 반년

인정받는 신기술 외면하면 미래 없어

AI이미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로 'QQQ'가 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지수 움직임만큼 변동성이 나타난다. QQQ는 미국 ETF 시가총액 5위로 1999년 3월 10일 상장됐다. 9·11 테러와 IT 버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견뎌냈다. QQQ에는 올해 188억9000만 달러(약 26조1589억원)이 유입됐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는 지난 1월 상장됐다. 이 ETF를 보유하는 것은 동일한 가중치만큼의 비트코인을 가진 것과 같다. 미국 증권당국 규제를 준수해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매일 IBIT에 얼마만큼의 자산이 유출·유입됐는지 살핀다. 그런데 상장한 지 6개월 된 IBIT에 유입된 자금(189억6000만 달러·26조2141억원)이 QQQ 유입액을 이겼다.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 전문가,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용도로 탁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최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모두가 아는 것처럼 나는 비트코인 회의론자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한 뒤 믿음이 생겼다"며 "5년 전 나의 평가는 틀렸다. 비트코인은 합법적인 디지털 금"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현물 ETF가 현행법 위반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은 기초 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변명도 통할 수가 없다. 50조 달러 규모(약 6경9235조원) 이상의 증권시장을 가진 미국 당국이 비트코인을 기초 자산으로 인정한 지 반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증권사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규제 준수 요건을 갖춘 현물 ETF가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유망한 판에 한국인은 낄 수가 없다.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없고 선물 거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국인들은 상승률을 기대하고 알트코인을 산다. 하지만 7월 기준 업비트에서 6개월 내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여준 알트코인은 7종에 불과하다. 상승률 2위는 현물 ETF 기대감이 나오는 솔라나(SOL)였다. 나머지 50종 이상 알트코인은 오히려 6개월 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현물 ETF를 비롯 파생상품 투자를 막은 당국의 법이 진정성 있게 이용자를 '보호'할지는 알 수 없다.


국내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은 가상자산을 '도박', '사기'로 취급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말 많던 비트코인은 이미 주류 자산 클래스를 넘보는 단계까지 이르렀고, 1등 알트코인인 이더리움(ETH)도 현물 ETF가 승인됐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는 국가들(호주, 브라질, 캐나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 미국, 홍콩, 영국) 중 다수는 이미 금융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땅덩이 좁은 나라에서 인정받은 신기술마저 외면하면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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