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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빠진 공연계, 무대에서 실현하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7.24 08:56 수정 2024.07.24 10:07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악과 웹툰이 연이어 등장하고 방송이나 영화 등의 영상 매체에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AI 기술이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가고 있다.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 ⓒCJ ENM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부터 클래식이나 무용 등에서 AI를 활용한 실험적 시도가 나왔다. 국립관현악단의 공연에 AI 로봇(에버6)이 지휘자로 나서는가 하면, 인간과 AI가 함께 안무와 이야기를 만들어낸 발레극 ‘피지컬 싱킹+AI’가 공연되는 식이었다. AI가 쓴 시를 토대로 구성한 연극 ‘파포스’가 공연되기도 했다.


이처럼 AI가 공연계에서 안무가, 극작가 또 지휘자로 활약한 것에 이어 최근엔 뮤지컬이나 연극 속에 본격적으로 AI를 등장시키면서 인간과 로봇의 공생을 무대에 올리는 식의 변화를 맞고 있다.


2010년대에 초연했던 ‘어쩌면 해피엔딩’ ‘유앤잇’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로빈’ 등은 모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로봇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과거부터 인간과 미래 기술의 융합을 무대에 올려왔던 것에 이어 최근엔 대극장에서도 이 같은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AI 시대를 반영한 셈이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이 각각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천 개의 파랑’을 올렸다. 두 작품 모두 2020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천선란 작가의 SF소설 ‘천 개의 파랑’을 각색했다. 국립극단은 로봇 배우를 직접 무대에 올리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인 강아지 로봇 등 완성도 높은 로봇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면, 서울예술단은 로봇보다는 대사와 무대장치를 활용한 연극적 표현에 집중했다.


연극 '전기 없는 마을' ⓒ국립극단

작품을 무대에 구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은 원작을 두고 있는 만큼 일맥상통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2035년 한국을 배경으로 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그린다. 로봇을 통해 인간을 통찰하는 창의적인 스토리가 관객을 매료하면서 두 작품 모두 대부분의 회차가 빠르게 매진되기도 했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은 버려진 도우미 로봇(헬퍼봇)이 옛 주인과의 우정을 간직하고 인간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헬퍼봇들이 가진 따뜻한 인간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간보다 인간적이지만 소모품일 수밖에 없는 비극성이 부각하면서 동시에 인간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넘어 오는 10월 1000석 규모 창작 뮤지컬 중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두고 있다.


국립극단은 또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AI들의 모습을 그린 연극 ‘전기 없는 마을’을 오는 8월 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전기가 사라지면 어떨까’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며 “언젠가는 전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일부 도시는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효율화를 위해 인구소멸 도시의 전기를 끊고 큰 도시에 모여 사는 가운데 여전히 ‘전기 없는 마을’에 남아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김연민 연출의 말처럼, 작품은 과학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 위기를 맞는 인간성을 조명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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