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찢고 나온 캐릭터들…뮤지컬 무대에 올려지는 만화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두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베르사유의 장미’와 ‘4월은 너의 거짓말’이다. 두 뮤지컬의 원작만화는 일본에서 각각 누적 발행 부수 2000만부, 500만부를 넘긴 히트작이다.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EMK뮤지컬컴퍼니

먼저 지난달 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일본 만화가 아라카와 나오시의 작품으로, 음악 유망주들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가는 청춘 스토리물이다. 불운의 신동 피아니스트 소년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가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며 변해가는 스토리를 그린다.

만화는 출간 이후 TV 애니메이션과 영화, 연극으로 잇따라 제작됐고, 뮤지컬로는 지난해 5월 일본 뮤지컬 제작사 토호가 제작하고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탄생시킨 뮤지컬계의 거장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과 작가 사카구치 리코의 각색으로 참여해 도쿄에서 초연됐다. 논레플리카로 제작된 한국 공연은 추정화 연출과 이범재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배우 이홍기, 윤소호, 김희재, 이봄소리, 케이, 정지소, 이재진, 김진욱, 조환지, 박시인, 황우림 등이 출연한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한국 초연과 함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동시에 개막하며 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로 공연됐다. 웨스트엔드 해롤드 핀터 극장(Harold Pinter Theatre)에서 지난달 28일부터 12주간 공연된다. 개막 이후 현지에선 “사랑과 상실, 그리고 음악의 구원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청중을 사로잡았다”며 “탄탄한 퍼포먼스와 진심 어린 스토리텔링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랑과 음악의 지속적인 힘을 가슴 아프게 일깨워주는 작품”(The Live Review)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베르사유의 장미’의 막이 올랐다.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인간애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내는 작품이다.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혁명의 대서사시를 담은 원작은 1972년 연재 이후 누적 2000만부 이상 판매된 ‘메가 히트작’으로, 50여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해당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일본 최고의 가극단으로 손꼽히는 다카라즈카 극단의 공연은 1974년부터 2014년까지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1993년 애니메이션 방영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하며 남녀노소 불문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EMK뮤지컬컴퍼니

한국 창작 초연은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가 손을 잡고, 배우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박민성, 서영택, 노윤, 서지영, 리사, 박혜미 등이 함께 한다.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는 첫 공연을 관람한 뒤 “‘베르사유의 장미’의 음악이 무척 아름다운 것은 물론, 출연 배우의 가창력이 매우 훌륭했다. 영상과 무대 디자인의 절묘한 조화가 잘 느껴지는 무대였다. 원작자로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 매우 만족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선 ‘데스노트’의 성공으로 일본 만화 원작 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이 입증되긴 했지만, 일본 시장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만화 속 캐릭터를 무대에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2.5차원 뮤지컬’이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만화 원작 뮤지컬의 흥행 이유는 분명하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서사를 오늘날의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고, 만화의 두터운 팬층을 극장으로 유인할 수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만화는 일정 수준 흥행이 보장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만화의 경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만화 속 캐릭터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만화 원작 작품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원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무대에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신작 발굴도 필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IP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