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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태워 만든 시멘트, 유해성 논란 반복 언제까지 [위기의 자원순환④]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7.23 07:00 수정 2024.07.23 10:59

시멘트 소성로 연료에 가연성 폐기물

폐기물 소각재는 시멘트 원료로 사용

카드뮴·비소·6가크롬 등 중금속 함유

업계 “재활용 모범, 안전성 문제없어”

서울시내 레미콘 공장에서 작업차량이 시멘트 등을 옮기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시멘트 업계와 중소 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갈등이 계속하는 가운데 폐기물 소각재를 첨가해서 만든 시멘트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으로 시멘트 업체를 압박하고 있으나, 폐기물 사용 유해성 자체가 결론 나지 않아 갑론을박은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멘트 업계 대부분은 탄소 발생을 줄이고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폐플라스틱이나 비닐, 폐타이어 등을 소성로(시멘트를 굽는 가마) 연료로 쓴다. 유연탄보다 저렴한 가격에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면서 기업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실적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폐기물을 연료로 쓰고 나면 발생하는 소각재를 시멘트 원료(석회석 등)와 섞어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폐기물 소각재를 넣어 만든 시멘트가 아파트 등 건축 재료로 쓰이는 게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사)소비자주권회의는 폐기물 소각재를 첨가한 시멘트로 만든 건축물 탓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아토피 등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주권회의는 “시민이 생활하는 아파트 및 건물, 빌딩 등은 대부분 발암물질과 중금속 등이 가득한 각종 폐기물을 원료용, 연료용, 첨가용으로 투입해 생산한 쓰레기 시멘트로 신축되고 있다”며 “시멘트 생산 업체들은 생산 과정에서 위해 성분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관련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뿐 방사능과 발암물질, 각종 중금속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회의에 따르면 시멘트에는 유해 물질인 카드뮴(Cd), 비소(As), 망간(Mn), 수은(Hg), 납(Pb), 크롬(Cr), 구리(Cu), 세레늄(Se), 안티몬(Sb), 6가크롬(Cr+6) 등이 검출되고 있다.


이런 유해 물질은 급성·만성독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중금속을 함유한 시멘트로 지은 건물에서 수년간 생활하면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특히 폐기물 시멘트에 대한 위해성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정보를 일부 기관에서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은 중금속이 함유된 폐기물 시멘트로 지어진 공간에 살면서도 어떤 위해 성분과 종류, 함량의 시멘트를 사용했는지 모른다고 비판한다.


환경운동가이자 환경 전문 기자인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는 우리 가족의 집을 짓는 가장 중요한 건축재다. 쓰레기를 넣지 않으면 발암물질과 인체 유해 중금속이 없는 건강한 시멘트가 될 수 있다”며 “시멘트를 쓰레기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집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만든 것과 같다. 비싸게 산 아파트가 더는 발암물질과 중금속 범벅인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시멘트 반죽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을 소각 원료로 쓰면서 오히려 탄소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위해성 또한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과거 ‘시멘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보고서를 통해 “시멘트가 물과 섞여 콘크리트로 굳어지게 되면 인체 및 주변 환경에 해로운 아무런 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건전지 속에도 많은 중금속이 들어 있지만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6가크롬은 여러 종류의 천연광석에 함유된 물질로 시멘트에 미량이 있더라도 콘크리트로 굳어졌을 경우,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탄소배출과 친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시멘트 1t을 만드는데 약 200kg의 부산물과 폐기물이 사용하는 데 만약 시멘트공장에서 활용하지 않았다면, 이 폐기물들은 바다에 버려지거나 땅에 매립되어 우리의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한편 소각 과정에서 우리가 숨 쉬는 맑은 공기를 오염시켜 생활환경을 지금보다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회는 “일각에서 단순히 쓰레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를 쓰레기 시멘트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시멘트 산업은 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에서 각종 폐기물 및 부산물을 환경친화적으로 재활용해 자원 순환형 사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는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항변했다.


협회 관계자는 “폐타이어는 석유류에서 나온 제품이라 열원으로 사용하고, 타이어의 철심은 시멘트 제조에서 쓰는 철광석을 대신할 수 있다”면서 “하수 침전물은 점토 대용으로 재활용하는데 반도체 공정 폐수 침전물의 경우 국립환경과학원 재활용 평가제도의 모범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시멘트 원료로 폐기물 소각재를 사용한 경우 성분 공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6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지자체 6곳은 ‘자원순환시설세’ 도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자원순환시설세는 시멘트 업체에 재료(폐기물)를 공급하는 폐기물 업체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10개 중 9개 EU ‘기준값’ 초과…폐기물 시멘트, 규제 강화 주목 [위기의 자원순환⑤]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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