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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입’에 휘둘린 반도체…2차전지 후속?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4.07.19 07:00 수정 2024.07.19 09:19

타이완 TSMC 겨낭한 발언…안보 방위 이슈도 부각

美·韓서 관련주 일제히 하락…정치·정책 변수 주목

대선 전까지 관련주 변동성 확대…결국 실적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날 행사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밀워키=AP/뉴시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인공지능(AI) 이슈를 타고 올 들어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주들이 기술 이슈가 아닌 정치·정책 변수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8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63%(22만500→21만2500원)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16일 23만원대(23만3000원)였던 주가가 21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삼성전자(8만6900원)도 장 초반 3% 낙폭을 기록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다 장 막판 반등해 겨우 강보합(0.23% 상승)으로 마치며 이틀 연속 하락은 피했다. 반도체 장비 대표주인 한미반도체도 주가가 3.70%(15만9400→15만3500원)나 급락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이날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하면서 타이완이 자국의 안보와 방어를 위해 미국에 방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타이완 TSMC에 지급한 보조금을 문제 삼은 건데 방위비 등 안보 이슈까지 건드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 정부가 대중 무역 제재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소식과 맞물리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크게 악화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지속해서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보도하며 동맹국들에게도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1% 떨어진 5408.71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3월 18일(-9.8%) 이후 4년 4개월만에 최대 하락 폭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6.62% 하락한 것을 비롯, TSMC(-7.98%)·브로드컴(-7.91%)·퀄컴(-8.61%)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AMD(-10.21%)와 ASML(-10.98%)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가 전장보다 512.41포인트(-2.77%)나 하락한 1만7996.92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부진이 뒤이어 개장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는 그동안 AI 열풍과 맞물려 증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반도체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보여준 것으로 기술이 아닌 정책과 정치 변수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반도체 칩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입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2차전지주도 비슷한 양상을 이미 겪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기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그는 지난 4월 미국 석유 기업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이후 2차전지 관련주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지난 18일(4.1~7.18)까지 삼성SDI가 24.63%(47만1000→35만5000원) 하락한 것을 비롯, LG에너지솔루션(-15.19%·39만5000→33만5000원), 포스코퓨처엠(-18.78%·30만3500→24만6500원), 에코프로비엠(-33.50%·27만4000→18만2200원), 엘엔에프(-29.24%·17만4100→12만3200원) 등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종목들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 때까지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키는 결국 실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오후 TSMC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초반 3% 가까이 급락했던 삼성전자가 장 막판 반등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매크로 이슈로 단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결국 변동성 완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면서도 “하반기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 메모리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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