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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장르적 쾌감에 집중했지만, '그저 그런 재난물'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7.13 14:18 수정 2024.07.13 14:18

지난해 5월 제 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에 초청돼 첫 선을 보였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첫 공개됐을 당시 이 영화는 실감 나는 VFX 효과와 거대한 세트 외에는 볼거리가 딱히 없는, 그야말로 '재난물의 총체적 난국'이었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매체에서도 혹평이 쏟아졌고 1년 2개월이 지나 공개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김태곤 감독의 고뇌가 얼마나 느껴졌는지 짐작될 수 있을 정도로 매끈해졌다. 속도감을 높이고 캐릭터들의 감정들의 감정과 서사의 군더더기를 제거, 첫 공개 때보다 러닝타임 4분을 줄이며 재난물의 쾌감을 살렸다.


다만 칸 국제영화제 때보다 한 결 나아졌을 뿐 재난물의 클리셰들과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들로 인해 '그저 그런 재난물'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안개로 인한 연쇄 100대 차량의 추돌사고가 일어난 공항대로에서 국가가 비밀리에 진행하던 살상용 실험견들이 탈출하면서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이 위기를 맞는다. 실험견들은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하고 설상가상 공항대교가 무너지면서 고립된 이들의 고군분투가 영화의 줄거리다.


딸의 유학길을 배웅하던 정원 이선균 분)은 공항대교 위에 일어난 역대급 사고가 일어난 와중에 사람들의 안위보다는 차기 대선 바람을 안보실장 현백(김태우 분) 쪽으로 끌어오기 위한 고민이 우선이다. 딸 경민(김수안 분)은 그런 아빠가 이해되지 않고 무정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원이 실혐견들을 만든 정부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비밀을 알게 되고 함께 탈출하려던 사람들과의 연대, 감정적으로 멀어졌던 딸을 지키기 위한 선택들을 하면서 변화하게 된다.


사방이 막힌 다리 위 사람을 죽이는 실험견들의 위협, 한 치 앞에 보이지 않는 안개까지 재난물을 이루는 설정들이 흥미롭다. 극이 진행될 수록 사람들을 위협하는 건 실험견들이 아닌,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난물의 공식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탈출'을 이루는 전개의 얼개가 익숙하다. 하나의 위기가 해결되면 다른 위협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 분), 골퍼 유라(박주현 분), 경민 등 캐릭터들의 선택이 예측 가능해 긴박감을 떨어뜨린다. 즉 정원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기능적으로만 존재한다.


이 작품은 고(故)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은 냉철한 인물이다. 오프닝에서 자신이 모시는 안보실장의 대선 승리를 위해 피랍된 인질을 구출하는 것보다 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선택을 주장하는 장면은 정원의 성정을 단번에 설명한다.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정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이선균의 연기가 설득력을 부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원의 얼굴은 관객들의 해석에 따라 다른 감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실감 나는 100중 추돌 사고, 안개로 인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불안감, 무너지는 공항 대교 등 VFX의 구현 하나는 흠 잡을 곳 없이 훌륭하다. 1300평의 세트장으로 재현한 공항대교, 300대 이상의 차량으로 완성된 100중 추돌 사고 장면, CG로 구현한 11마리의 군사용 실험견 등이 현실적으로 표현됐다. 무너져 가는 공항대교와 실험견들을 위협적으로 그리는데 집중했다면, '탈출'이 가진 강점이 더 부각시켰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12일 개봉. 러닝타임 96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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