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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믿었는데 취소?”…내 집 마련 더 멀어지네 [기자수첩-부동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07.12 07:02 수정 2024.07.12 07:02

1510가구 사전청약 물량 사업 취소 통보받아

당첨 무효로 청약통장 부활하지만…2년간 날려버린 기회비용은?

박상우 “정부 차원 대안 없어”…피해자들 분통

민간 사전청약 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사전청약 제도 폐지만 하면 답니까. 하루아침에 사업 취소 통보를 받은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민간 사전청약 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에서 심우건설이 아파트 건설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같은 달 경남 밀양 북부지구 재일풍경채 S-1블록도 사업이 취소됐다.


지난달에는 시행사 DS네트웍스가 경기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에 공급하려고 했던 주상복합 사업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취소됐다.


이달 10일에는 화성 동탄2 C-28블록 시행사 리젠시빌주택이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 리젠시빌주택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와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사업 취소를 안내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2009년 처음 도입됐다 폐지됐던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실시하는 것으로 일찍부터 공급 시그널을 주기 위해 집값 급등기인 2021년 재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사전청약은 실수요자들에게 일찍이 청약 당첨자의 지위를 부여해 공급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 제도를 운영해보니 본청약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거나 실제 분양가가 추정치보다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에 사전청약은 2022년 말, 공공 사전청약은 올해 5월 폐지됐다.


문제는 기존에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단지들이다. 올해 들어 민간 사전청약 사업이 엎어지면서 공급이 막혀버린 물량만 1510가구인데,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본청약을 접어버리고 취소 통보를 해버리는 사례가 확산될 것으로 보여서다.


한순간에 당첨자 지위를 잃게 된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도 명확치 않다. 지난 11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의 대안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당첨 무효로 청약통장이 부활하는 것 말고는 기대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2년여간 본청약만을 기다리며 다른 청약 기회는 모두 놓치고 입주 시기에 맞춰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던 피해자로서는 허탈할 뿐이다.


특히 공사비가 급등하는 동안 아파트 분양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청약통장을 해지하거나 소득 수준이 높아졌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적용 기간을 넘긴 당첨자들은 이와 관련된 혜택마저 놓치게 됐다.


물론 공공분양 사전청약 당첨자는 갑자기 사업이 취소될 우려는 없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뤄지는 본청약 시기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다.


사전청약 제도 운영 당시 정부는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급하게 영끌해서 당장 집을 사지 않더라도 몇 년만 참으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생긴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도 정부 정책을 믿고 먼 미래를 바라보며 언젠가 내 집에 입주하는 꿈을 그렸는데 한순간의 통보로 물거품이 됐다.


이는 단순히 사인 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패에 따른 피해다. 정부도 직접 개입이 힘들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미리 파악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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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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