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모디, 5년 만에 러시아 방문…밀착 중·러관계 견제

인도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21년 12월6일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8일(현지시간) 1박2일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5년 만에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제22회 연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을 비롯해 대표단 수준의 회담, 오찬, 러시아 내 인도인 모임 등에 참석한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최고 훈장인 사도 성 안드레이 훈장을 받을 예정이다.

모디 총리가 러시아에 방문하는 것은 5년 만이다. 지난 2000년부터 이어진 양국의 연례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년을 끝으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디 총리 도착에 앞서 "러시아는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모디 총리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특히 역내 및 국제 안보, 양자 무역, 경제 협력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3선에 성공한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부탄과 몰디브, 스리랑카 등 이웃 국가들을 방문하는 대신 러시아를 가장 먼저 방문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그만큼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때문에 모디 총리의 러시아행을 두고 인도가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을 견제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국제적 고립에 몰린 러시아에 중국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러시아와 경제·외교적으로 밀접한 인도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제관계 전문가 스와스티 라오 박사는 블룸버그통신에 “인도로선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연계가 깊어지는 것이 불편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적과 동침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 국면에서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와 중국은 2020년 국경 지역에서 양국으 군인이 충돌한 후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을 저지하고 중요한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러시아에 가면 이는 곧 푸틴 대통령의 위상을 높이는 모양새가 된다.

인도는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러시아를 공개 비판하는 대신 평화를 강조하는 선으로 언급 수위를 조절해왔다. 러시아는 현재 인도의 최대 무기·석유 공급국이기도 하다. 테레사 팰런 러시아·유럽·아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AP에 “푸틴은 자신이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선택권이 있으며 러시아가 여전히 강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