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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못 찾아 헤매는 ‘혁신 제품’, 대신 길 열어준다 [D:로그인]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7.08 07:00 수정 2024.08.02 08:16

기업, 뛰어난 제품 개발해도 판로 못 찾아

공공기관, 검증 안 된 제품 구매 부담

조달청 대신 구매해 초기 판로 열어줘

성능 입증한 제품, 세계서도 인정받아

조달청이 입주해 있는 대전정부청사 모습. ⓒ조달청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중소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려 해도 항상 판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운 회사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많은 연구개발(R&D) 끝에 탄생시킨 ‘혁신’ 제품이지만, 해당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할 길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9년 우수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들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조달청이 총괄하는 해당 사업은 정부(조달청) 예산으로 구매한 혁신제품을 공공기관 등 수요기관이 시범 사용한 후 그 결과를 피드백하는 내용이다.


혁신제품은 주요 국가부처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화에 성공한 제품들이다. 상용화를 앞둔 상태에서 중소기업에 제품 관련 실증사례를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초기 판로를 개척하도록 지원하는 게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 핵심이다.


기업은 공공기관에 자신의 혁신제품을 소개·납품할 기회가 생기고, 수요처(기관 등)에서는 예산과 책임 부담 없이 혁신제품을 사용해 볼 기회가 생긴다.


납품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의 성능을 확인시킬 기회를 얻게 되고, 이런 기회들은 향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할 때 좋은 홍보 사례가 된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주)코아이의 해상 오염물 회수 로봇 'KOBOT' 모습. KOBOT은 방제작업자가 육안으로 오염 지역 정보를 파악하면 무선 리모트 컨트롤러를 통해 오염지역으로 출격, 해상 미세플라스틱와 쓰레기를 회수한다. ⓒ조달청
조달청 지원 혁신제품, 해마다 CES서 실력 뽐내


제도 도입 5년여 만에 혁신제품들은 세계 무대에서 혁신성과 우수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올해 1월 9일부터 12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서 11개 혁신기업의 11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가운데 혁신제품 시범구매 지원을 받은 기업이 9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13개 기업에서 15개 제품이 CES 혁신상을 받았다. ‘CES 혁신상’은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CES 최고 영예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CES 혁신상을 받은 제품을 보면 세계적으로 미래 유망 성장 분야로 손꼽힌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친환경이나 소비자 건강과 안전 등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 향후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로 평가받는다.


조달청은 “지난해에 이어 연이은 혁신기업들의 CES 혁신상 수상으로 혁신조달 정책이 기술 혁신형 기업의 탄탄한 성장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매 예산 24억원에서 530억원으로


2019년 제도 도입 당시 24억원이던 예산은 올해 530억원으로 늘었다. 제도 구매·공급 방식도 애초에는 단발성에 그쳤으나 올해부터는 부처별 분산 운영하던 사업을 조달청 주관으로 통합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우선 조달청은 올해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신성장·신산업 육성 ▲국민체감 공공서비스 개선 ▲해외실증 확대 3대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신성장·신산업을 육성을 위해 에너지, 딥사이언스, 바이오 등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시범구매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기술 애로가 있는 기업과 연구기관 간 매칭을 통해 R&D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제조업 기반 전통 주력산업은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기술 중심으로 시범구매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 대상을 확대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지원한다.


국민이 직접 제안해 발굴한 ‘우리동네 혁신제품’을 제안자 거주지역에 우선 제공하고 지역문제 해결형 지자체 R&D 개발 제품을 혁신제품 지정과 시범구매 때 우대한다.


월드워터에서 개발한 광촉매 소재를 이용한 녹조 저감 장치. 해당 장치는 녹조 저감기능이 있는 천연광물질을 폴리에틸렌 지지체에 함침시킨 소재로, 전력과 유지관리 없이 소재와 물의 접촉만으로 녹조의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조달청

경찰·해경·소방·산림 등에 안전 장비를 보급해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 재해와 재난 등 위험을 상시 대비·감시하는 안전관리 기술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혁신제품 해외 실증은 예산은 지난해 12억원에서 올해 7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해외실증 유형과 지원 내용도 다양화한다.


국내 발전 기자재를 해외발전소에서 시험하고 개도국 개발 협력 사업과 연계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장애 아동용 학습교구를 보급한다.


그 외 기업이 직접 발굴한 해외 실증 수요도 지원한다. 필리핀 결핵 퇴치, 태국 도심지 교통난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이 해외 현지에서 성능을 검증받게 된다.


더불어 부처 칸막이를 허물어 부처별 정책 수요를 시범구매에 반영했다. 수요자 제안형 혁신제품과 같이 시범 사용기관이 이미 정해진 제품은 수요매칭 단계를 생략해 절차도 간소화했다.


조달청은 “시범사용 완료보고서 평가와 사용 후 실태조사를 통해 시범구매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액수의계약에서 단가계약으로


조달청은 올해 혁신제품이 공공부문에 대량 확산하도록 기존 총액수의계약 형태를 개선해 단가계약을 본격 추진 중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그동안 혁신제품은 품질과 성능 실증 등에 중점을 두면서 시범구매 또는 총액수의계약을 통해서만 공공부문에 공급해 왔다.


이 때문에 수요기관에서 반복적인 총액 계약에 따른 불편이 있었고, 이는 혁신제품의 공공부문 공급에 한계로 작용했다.


조달청은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6개 제품에 대해 1년간 시범적으로 단가계약을 운영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 납품 건수가 4배(382%) 가까이 늘었다. 금액도 60%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에 올해부터 혁신제품 단가계약을 본격 도입해 ‘혁신장터’와 ‘나라장터종합쇼핑몰’을 통해 계약을 진행 중이다.


조달청은 단가계약이 체결되면 혁신제품도 다수공급자계약(MAS)이나 우수조달물품과 같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비교·검색할 수 있다. 특히 별도 계약 절차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주문·구매할 수 있어 수요기관 편의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CES 2024 한국관 모습. ⓒ연합뉴스

단가계약 대상 혁신제품은 수요기관이 반복 구매하고 규격이 검증된 물품에 한한다. 시범 구매에 참여한 제품은 납품실적 5건 이상, 시범 구매 미참여 제품은 10건이 있는 경우다. 납품실적이 없어도 혁신조달 경진대회, CES 수상, 수출 이력이 있는 경우 단가계약이 가능하다.


중소기업 자금난 지원…신용보증기금과 MOU


조달청은 혁신제품 생산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금융 대상을 넓히기도 했다. 조달청은 지난 4월 신용보증기금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혁신적 조달기업 성장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범정부 협업을 통한 혁신적 조달기업 성장 지원’ 대책 중 하나로 조달청과 신용보증기금은 MOU를 통해 정책금융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기관 간 혁신적 기업 성장 제도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


두 기관 업무협약으로 기존 혁신제품과 벤처나라 지정 기업만 대상이었던 보증료 차감 혜택이 우수조달물품과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까지 확대된다.


신용보증기금 혁신 스타트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조달전시회 참여 및 조달제도 교육 등을 제공하는 한편, 조달청이 운영하는 물품목록제도를 기반으로 구축한 신보 품목분류체계 운영·개선을 위한 물품목록 분야 협력도 추진한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공공조달을 통한 초기시장 형성과 함께 금융·투자 지원이 필수”라며 “향후에도 정책금융기관과 협력해 혁신적 조달기업 대상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마케팅과 전문인력, 수출 등 전방위 기업성장을 위한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근 조달청장이 지난 5월 정부대전청에서 '혁신적 조달기업이 성장하는 역동적 조달 생테계 조성'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조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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