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 얼굴로 밀린' 현대차…기아 'S 삼총사' 불황에도 승승장구

상반기 내수시장 침체 속 기아 RV 호조 힘입어 선전

기아 쏘렌토‧스포티지‧셀토스, 현대차 동급 차종 압도

기아 RV 모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쏘렌토, 셀토스, 카니발, 스포티지. ⓒ기아

상반기 자동차 내수시장 침체로 완성차 업체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기아가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 등 이른바 ‘S 삼총사’를 중심으로 한 RV(레저용 차량) 라인업의 호조가 기아의 실적을 지탱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상반기 27만524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5.8%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판매는 줄었지만 감소폭은 완성차 5사 중 가장 작았다.

현대자동차는 전년 대비 12.8% 감소한 34만5704대, KG 모빌리티는 38.5% 감소한 2만3978대, GM 한국사업장은 29.1% 감소한 1만3457대로, 모두 두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르노코리아는 한 자릿수(8.6%) 감소로 버텼지만, 판매량은 가장 적은 1만1213대에 불과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크게 뒷걸음질 칠 때 기아가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RV, 그 중에서도 차명에 ‘S’ 이니셜을 공유하는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가 효자 노릇을 해서다.

중형 SUV 쏘렌토는 상반기 4만9588대의 판매량으로 국내 판매 전 차종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5.6%에 달했다.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소형 SUV 셀토스도 각각 3만9299대, 2만9203대 판매되며 차급 내 1위를 달성했다. 모델체인지 등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스포티지는 8.9%, 셀토스는 8.4%의 증가를 보였다.

미니밴 카니발도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4만4868대의 판매량으로 전체 판매량에서 쏘렌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승용 판매에서 감소폭이 컸음에도 RV 라인업에서 7.3% 증가한 17만9517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당 부분 상쇄했다.

기아의 RV 라인업은 특히 형제 회사인 현대차의 동급 차종들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보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는 지난해 8월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쳤음에도 불구, 올 상반기 내수 판매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쏘렌토보다 1만대가량 부족한 3만9765대에 머물렀다.

준중형 SUV 시장에서도 현대차 투싼(2만5062대)이 스포티지에 훨씬 못 미쳤고, 소형 SUV 역시 코나(1만4280대)가 셀토스에 밀렸다. 미니밴 부문에서는 현대차 스타리아(2만208대)가 기아 카니발에 압도당했다. 모두 1만대 넘게 차이가 난다.

현대차의 상반기 RV 판매량(제네시스 제외)은 12만824대로 기아보다 6만대 가까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싼타페 풀체인지와 투싼 페이스리프트 효과가 반영됐음에도 RV 전체 판매 증가율은 1.2%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동급 차종이 외형을 제외한 상품성과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디자인’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기아 RV 라인업의 디자인이 더 선호되고, 그게 내수시장 불황 속에서도 기아가 선전한 중요한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최근 출시 차종들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주로 북미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반면, 기아의 패밀리룩은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세련된 디자인”이라며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기아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더 좋은 게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