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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급성장에도 투자자는 갈팡질팡 [기자수첩-금융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7.03 07:00
수정 2024.07.03 07:04

올해에만 73종목 등장…베끼기 관행 ‘여전’

‘차별성’ 부재에 특장점 파악 및 선별 어려워

운용사 강점·특색 내세운 라인업 구축 필요

ⓒ픽사베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50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자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운용사들이 다수의 신상품을 선보이고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듯 보이지만 투자자들의 혼란이 심화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 운용사들은 점유율·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상품 출시, 수수료 인하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으나 시장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ETF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존 상품과 차별성 없는 ETF가 무분별하게 시장에 속출하고 수수료 경쟁에만 매몰된 결과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에는 863종목이 상장돼 있는데 올해에만 무려 73종목이 출시됐다. 2~3일에 1종목 꼴로 새로운 ETF가 등장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도체·비만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한 유사 상품들이 속속 등장했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베끼기 관행’이 별다른 개선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유사 ETF 증가로 특정 상품을 선별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오로지 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차별성이 부재한 선택지가 과하게 많은 탓에 개별 ETF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품간 차별성이 희미해지자 운용사간 견제가 심화되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도 발생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경쟁사와 유사한 상품 구조를 갖춘 ETF의 총보수를 하향 조정하거나 이미 상장된 상품보다 낮은 보수로 상품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는 당사자인 운용사 입장에서도 그다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올해 발생한 저가 수수료 경쟁에서 총 보수가 0.01% 수준까지 내려간 ETF가 등장한 바 있는데 총 보수가 0.01%일 경우 ETF로 100억원 어치를 팔아도 고작 100만원 가량의 수익만 얻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ETF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에 비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성장이 미미해 ‘먹을 건 없는 소문난 잔치’로 평가된다. 특히 ETF의 최대 장점이자 개별종목 투자와의 차이점인 ‘분산 투자’의 역할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아쉬움이 크다.


이처럼 차별성이 사라진 ETF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용사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점유율 확보라는 눈 앞의 성과만 챙기는 것이 아닌 각 운용사만의 강점과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상품·라인업 구축으로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인 수익성을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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