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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의 '이재명 사용법' [기자수첩-정치]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4.07.02 07:00 수정 2024.07.02 07:00

'명심 경쟁' 민주당 후보들 일제히 출사표

野 최고위원선거 회견문 '명비어천가' 일색

'이재명 대표 위한다'는 위험한 '민주당의 입'

'정체성이 곧 이재명'이라는 민주당의 자기모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왼쪽부터)와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견문에 '이재명'이 몇 번 들어가는 것이 이상적일지 고민이다." 국회에서 만난 보좌진은 본격적인 후보 접수 기간을 앞두고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는 의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계자들의 고심도 이어지고 있다.


후보의 진정성과 절박함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보좌진의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는 '고민'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초점이 한 명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만 넘길 수도 없다. 말인 즉슨 민주당의 정체성이 곧 이재명이라는 의미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일극 주의'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현 주소'는 1일 잇따른 최고위원 출마 선언에서도 보인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집권 준비를 하겠다" "이재명과 정권교체로 성과내겠다". 이재명 전 대표를 위한 헌정 열전이나 다름없다. 짧고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 '도파민 콘텐츠'처럼 이재명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하면 자극적으로 쓸 수 있을까 요리 중인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당내 여러 경선 상황 속 A 후보와 B후보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친명 핵심 지지기반이 있냐, 없냐의 여부로 이를 부각할 '캐치프레이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는 C후보에 대해서도 물으니 해당 후보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결국 강성 지지층에 대한 지지기반이 없어 어려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쩌면 기자가 만났던 관계자들도 '적당히' 메시지 강도를 조절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를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한 강민구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을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해명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듯이, 수위 조절을 잘못했다가 강민구 최고와 같은 '오버액션'을 취할 염려도 없고,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 전 대표의 참모냐는 말만 듣게 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의 메시지는 온통 '이재명'을 향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코앞에 닥친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필사적으로 무마하고, 뒷받침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재명의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이재명 구하기'부터 실패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자기모순을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정치는 결국 말의 전쟁이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기도 한다. 그래서 '이재명을 위한다'는 '민주당의 입'들이 더욱 아슬아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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