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뽑고 지뢰 심은 북한, '대전차 방벽'까지 건설
입력 2024.06.17 11:37
수정 2024.06.17 12:52
육로는 물론 철로 차단 위해
침목 제거 정황 포착되기도
지난 1월 김정은 지시 이후
남북 물리적 단절 조치 '착착'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북한이 남북 철로 침목 제거, 남북 연결도로 가로등 철거 및 지뢰 매설에 이어 비무장지대(DMZ)에 방벽을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단절을 선언한 북한이 후속 조치를 잇따라 진행하며 '투 코리아(Two Korea·한반도 2국가) 정책'을 선명하게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전방지역 북한군 동향과 관련한 질문에 "대전차 장애물 비슷한 방벽, 전술 도로 보강,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등 이러한 활동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대전차 방벽을 운용해 왔다. 다만 최근 식별된 방벽은 군사분계선(MDL)과 DMZ 북방한계선(군사분계선 북쪽 2㎞ 선상) 사이로 "위치나 형태가 약간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해당 지역에 방벽이 처음 설치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처음인지는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조치들이 기존 시설물 주변에서 이뤄지는지 아니면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북한군에 대해 현재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군 활동에 대해 오늘 추가적으로 설명드릴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시키려 접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현재까지 식별되는 건 장벽이라기보다는 대전차 장애물 비슷한 방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구조물 규모와 관련해선 "아직 굉장히 짧다"며 "더 지켜본 후에 장벽 여부나 대남 절연과 연계성 문제를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남북관계 단절을 상징하는 물리적 조치를 이어온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경의선·동해선·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등 남북 간 모든 연결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온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방벽 건설이 탈북 방지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시기 인적교류 차단을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 대대적으로 철조망을 건설한 북한이 남북 접경지역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북한은 군사분계선과 DMZ 북방한계선 사이에 설치된 북한군 최전방 감시소초(GP)를 연결하는 철조망을 보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한 대응 방안에 대해 "세부적인 아군의 작전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