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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확정에 급선회하는 교수들…1주 휴진 철회하고 국민여론전 돌입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5.28 04:54
수정 2024.05.28 06:34

'증원 백지화 및 원점 재검토' 외쳤지만…정원 확정에 휴진해도 실익 없다는 분위기

정부와의 투쟁보다 국민여론 조성으로 선회…집단행동 동참 가능성도 낮아

의협도 당장 집단휴진 가능성 작아…"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의대증원 적법성 본안 소송은 계속"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정함으로써 '증원 백지화 및 원점 재검토'를 외치며 정부에 강경대응하던 의사단체의 투쟁 노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의대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법원에서 1·2심 판결을 뒤엎을 확률은 희박한데다, 집단휴진 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정원 확정시 1주일간 휴진하겠다던 지난달 22일의 결정을 철회했다. 이미 정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정된 이상 휴진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고 의사들에 대한 여론만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달 말 전국 단위 촛불집회를 열고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지만, 당장 집단휴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이로써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과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정부도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의 유인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증원 확정된 상황에서 '강대강' 대치는 실익 없어


이날 전의교협과 별도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1주일 휴진' 방침을 철회할 뜻을 밝혔다. 전의비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각 의대 교수 비대위들의 단체로, 40개 의대 중 19곳이 참여한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은 2025학년도 증원이 확정된 24일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휴진한다고 해도 정부가 꿈쩍 안 할 게 뻔하다"며 "환자들이 피해를 본 게 명확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애초 전공의들과 의협, 의대 교수 단체 등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정부와 평행선을 달려왔다. 정부는 '백지화'를 제외한 모든 의제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다며 의사단체 회유에 나섰지만, 백지화를 외치는 의사단체들의 강경기조를 꺾지는 못했다.


전의비의 경우 의대 정원을 확정할 경우 1주일 집단 휴진 등 다양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었다. 하지만 기존의 '1일 휴진'도 대부분의 교수가 진료를 계속하는 등 선언적 투쟁에 그친 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자 이제 백지화로 돌아갈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은 계속하겠지만, 전문가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자문을 맡는 것은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한 환자가 의료진 옆을 지나고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 '촛불집회' 열고 장외 여론전 고민…동력약화는 부담


의료계는 정부를 향한 투쟁보다는 거리로 나가 국민 여론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대응노선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의대 증원이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의학교육의 퇴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그 실행 방안으로 의협은 이달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등 전국 권역별로 촛불집회를 연다. 의협은 촛불집회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 의료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주장하며, 시민들 앞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계의 노력을 다짐한다는 계획이다.


집회에 앞서 콜센터(☎1566-2844)를 통해 국민 질문을 받고 집회에서 답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국민 눈높이에서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정부의 실책 등을 설명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의협으로서는 대국민 호소 외에 다른 방식으로 정부에 맞설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은 병의원 휴진 등 집단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집단행동을 한다 해도 참여율 저조로 큰 반향 없이 끝나버릴 수 있다. 의협은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을 벌였지만, 휴진율이 10%를 밑돌았다.


27일 열린 의협·전의교협 공동 기자회견ⓒ연합뉴스


◇ 의사단체 "대법 판단 존중할 것"…의대증원 적법성 본안소송은 계속


투쟁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의사단체들은 대법원의 재항고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의료계는 앞서 서울고법이 이달 16일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각 대학이 31일까지 모집요강을 공고하면 2025학년도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되는데, 의사단체들은 대법원이 그 전에 판단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의비와는 별도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원된) 32개 대학 총장께서는 대학입시요강 수정·발표를 당장 중지하고, 재항고심 건은 5월 30일 이내로 결정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원치 않는 대법원 결정이 나오더라도 존중하겠다면서도, 계속해서 증원의 적법성을 두고 싸우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이 결정하면 그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가처분 건이고, 서울행정법원에 최초로 제기된 본안 소송이 진행돼야 한다. 2026학년도 이후의 2천명 증원이 적법한지에 대해 판결받아야 국민적인 궁금증이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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