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최원호 감독 물러난 한화, 근본적인 문제는?
입력 2024.05.27 08:56
수정 2024.05.27 09:07
최원호 감독 박찬혁 대표이사 동반 자진 사퇴
당장의 성적보다 리빌딩 잘 이뤄지는지 살펴봐야
성적 부진에 시달리는 한화 이글스가 대표이사와 감독의 동반사퇴라는 칼을 빼들었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최원호 감독의 공석은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메울 계획이며, 구단은 빠른 시일 내에 차기 감독을 선임해 조속히 팀을 수습하고 시즌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백약이 무효하고 감독들의 무덤이 된 한화 이글스다.
한화의 암흑기는 시계를 훨씬 더 오래 전으로 돌려야 한다. 한화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2006년)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자리를 지켰으나 리빌딩에 실패하며 약체팀으로 전락했다.
결국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하위만 무려 8번 기록했고, 같은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1회(2018년)에 그쳤다.
한화는 10년 넘는 암흑기를 타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 가운데 감독 교체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리빌딩에 실패한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뒤 2010년 당시로서는 젊은 지도자였던 한대화 감독을 선임했으나 팀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고, 한국 야구 최고의 명장들인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잇따라 영입했다.
그러나 노장들의 지도력은 젊음을 요구했던 한화의 방향과 맞지 않았고 결국 김응용, 김성근 감독 모두 자신들의 업적에 흠집을 남기며 프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된다.
다음 지휘봉은 구단 레전드 출신인 한용덕 감독에게 넘어갔다. 한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2018년 팀을 3위로 올려놓으며 한화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으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고 부임 3년 차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결국 한화는 팀의 쇄신을 위해 외국인 감독 선임을 택했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수베로 감독은 빈약한 지원 속에 새 얼굴들을 많이 발굴했으나 좀 더 기다려주지 못한 구단의 인내심으로 인해 경질되고 말았다.
가장 최근 지휘봉을 잡았던 최원호 감독은 이른바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고 올 시즌 초반 팀을 깜짝 선두로 올려놨지만 이후 시작된 성적 추락을 막지 못했고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됐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유형의 지도자들을 선임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팀 성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원천적인 문제가 감독에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오랜 기간 얇은 선수층이 문제였던 한화는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팀이 아니다. 그동안 FA 시장에 퍼부었던 막대한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 리빌딩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팀을 지탱할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부터 되짚어 봐야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도돌이표만 반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