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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김진표, '친정' 민주당 작심 비판…"정당 충성 이전에 국민 눈높이"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5.22 14:29
수정 2024.05.22 15:58

"팬덤, 의원 당선 기여 비율 0.1%도 채 안될 것"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한 尹 우회 비판도

"DJ도 '옷 로비' 특검 수용…28일 재표결"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퇴임을 앞둔 김진표 국회의장이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의장은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을 계기로 민주당이 당원 권한 강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팬덤이 의원 한 명 한 명의 당선에 기여한 비율은 0.1%가 채 안될 것"이라며, 정당에 대한 충성보다 유권자의 삶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표 의장은 2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팬덤 정치'와 관련한 질문에 "당원의 득표율은 당선의 5% 밖에 기여한 것이 없고, 나머지 90~95% 정도는 전부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것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그는 "당원이나 자신을 공천해준 정당에 대한 충성 이전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분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많이 가미하지만,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제까지 경험하면서 괜찮은 제도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의장은 "요즘 SNS가 널리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 현상이 일어나는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며 "지금 극단적인 진보·보수 팬덤들은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제하고 집중 공격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작동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도 김 의장은 초선 당선인 연찬회에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수박'으로 부르고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며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잦은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선 "의장의 가장 중요한 일은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의장에게 당적을 버리고 일하라고 한 것"이라며 "의장이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 나를 욕한 양당도 나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도 여사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옷 로비' 특검을 하지 않았느냐. 그걸 옳다고 생각해서 받았겠느냐"며 "평생 의회주의자로서 국회가 결정한 것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에 모욕을 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일정을 마련하고 본회의를 소집해야 하지만 만일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 본회의를 열겠다"며 "이미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 안건과 재의를 요구한 채상병 특검법은 표결을 통해서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장은 퇴임 소회를 묻는 말엔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진영정치·팬덤정치의 폐해가 더욱 커졌다"며 "근본 원인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결합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전원위원회 회의 개최 등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말을 물가로는 끌고 갔지만, 물을 먹이지 못해 빈손으로 남게 돼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22대 국회를 향해서는 "새로운 국회에서는 당리당략과 유불리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국회, 진정한 의회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장·차관과 부총리를 합해 다섯 번, 국회의원 선수만 5선을 기록해 '대한민국 정치의 산증인'이라 불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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