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계 덮친 '文 회고록'…통일부 정면반박·외교부 진실공방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5.22 00:20
수정 2024.05.22 00:20
외교부 "우리 측이 김정숙 방인 먼저 검토"
통일부, 장관이 대북관 비판…"정세 오판"
배현진 "文 긁어부스럼이 나비 효과 불러"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발간하면서 '김정숙 여사 외유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회고록 속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논란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을 밝혔는데, 이는 외교안보계를 뒤흔드는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공개했다. 해당 저서에는 남북정상회담 등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재임 5년간 있었던 외교·안보사적 굵직한 이슈들이 두루 언급됐다.
이 책은 공개되지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를 직접 언급됐는데 오히려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 논란에 대해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며 "나로서는 인도를 또다시 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사했더니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나 대신으로 개장 행사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외교부가 직접 나섰다. 외교부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외유 논란에 대해 당시 우리 정부가 김 여사의 방문을 먼저 검토하고 이를 인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외교부는 "당초 인도 측은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우리 외교장관을 초청했으나 우리 측은 여타 외교 일정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인도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인도 측은 우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행사에 초청했다"면서, 문체부 장관의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은 영부인이 함께 방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인도 측에 설명했고, 인도 측은 인도 총리 명의 초청장을 송부해 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당시 김 여사의 인도 외유 관련 예산은 주관부처인 문체부에서 편성·지출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외교부를 통해 나오자, 여당은 '특검'을 언급하며 집중 공격에 들어갔다.
앞서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에 처음 불을 당겼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회고록, 전 대통령의 긁어부스럼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제오늘 보도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인도 측에 영부인 김정숙의 방문을 먼저 타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셨을 것"이라며 "모두 까마득히 잊고 있던 자신과 아내의 국고손실과 직권남용에 관한 주범·공범 관계를 '자백'하신 꼴"이라고 꼬집었다.
우선 배 의원은 예산 문제를 가리켜 "해외 순방 외교 예산이 더 필요할 때에는 정부가 비상시를 위해 확보해 둔 '예비비'를 편성해 쓴다. 물론 '정상 및 총리 외교'라는 같은 이름"이라면서도 "영부인 김정숙은 국가 정상인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니었기에 외교부로서는 영부인 인도 방문 예산을 따로 편성할 길이 없었고, 문체부로 공이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가 전례가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긴급 예비비가 3일 만에 승인된 것은 30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건만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와 재해 관련 예산이었다"며 "그 긴급 예비 예산을 쓴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외교부에는 영부인 순방 예산 항목 자체가 없고 영부인과 청와대 일원들은 문체부 예산이 아니라 청와대 예산으로 처리했어야 할 인도 방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누군가의 지시로 이뤄진 국고손실죄의 정황이 뚜렷하다. 대통령 아내의 인도 여행을 대통령이 지시했다면 공무원과 기관 예산 사용에 대한 불합리한 지시, 즉 직권남용"이라고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관도 논란의 중심에…통일부 적극 반박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남북정상회담·미북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던 당시의 생각과 소회를 적었다. 그러나 가감 없는 생각 전달은 대북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 위원장이 '핵은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다"며 "(김 위원장은)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느냐.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적었다.
또 미북정상회담의 불발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와서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북한이 발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그런 요구를 한 적은 없지만 폼페이오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회고록에는 대북 전단 금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당시 쟁점이 됐던 대북 관련 이슈들이 두루 거론됐다.
대북 전단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문 전 대통령은 대북 전단에 대해 "수준이 저열한 대북 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2020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전단과 관련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고, 이후 '대북전단금지법',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이 제정됐다. 이는 국제 사회의 강력한 우려를 샀고, 이 법은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도 북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삼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문 전 대통령의 대북관을 직접 저격하며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그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1938년 뮌헨회담 당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영토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며 "그 결과로 다음 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했다.
아울러 미북정상회담의 결렬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듯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핵 문제 책임, 그 협상의 실패는 이 문제를 야기한 북한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북핵 문제를 동맹국인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