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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증원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기자수첩-사회]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5.07 07:04
수정 2024.05.07 07:04

직업의 희소성이 의사가 지닌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

그 희소성 유지하기 위해 단합력 발휘하며 정부에 거센 저항

의대 증원으로 의사 세계에 다양성 생기면 힘 약해진다는 판단

3일 오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 전문의와 만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갈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전문의는 현재의 의정갈등 상황에 대해 "정부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순히 국민 여론에 편승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며 "지금도 의사 수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예로 들어 보자. 3개 사관학교를 합쳐 매년 선발인원이 700명 조금 넘는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힘들기 때문에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진급에서 우대를 받는다"며 "그런데 그런 우대를 소수만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관학교 선발인원을 확 늘리자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 같지만 이 얘기에는 교묘한 자기합리화가 숨어있다. '사관학교 출신=특권층'이라는 전제를 달아놓고 '의사=특권층'이라는 판단 역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과 의사들은 남들보다 대학 입시에서 어려운 과정을 겪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군인과 의사를 동일시하는 것도 오류다. 군인은 반드시 사관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반면,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은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 하나 뿐이다. 그 전문의가 왜 하필 군인과 의사를 비교하는 예를 들었는지 그 정확한 의도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는 의사라는 직업군 자체를 '사관학교 출신 장교'에 비유하며 의사라는 직업의 '희소성'이야말로 그 직업이 지닌 최고의 가치임을 강조하려는게 아니었나 싶다.


사실 '단합력' 측면에서는 의사들이 군대보다도 더한 체계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군인은 자기가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없는 반면, 의사는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신입생이 학교생활을 마치고 전공의 기간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군대와 비교하자면 이 기간 중 선배 전공의는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고참에 해당하고 전공과 교수는 중대장, 진료과장은 대대장, 병원장은 사단장에 해당한다.


여전히 전공의에게 폭언을 일삼는 전문의들도 잊을만 하면 나타나고, 전공의들이 주 100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어찌보면 군대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것이 전공의들의 생활이다. 그럼에도 일단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의사가운을 벗지 않고 그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보면 의사세계의 '단합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의사단체는 과연 무엇이 두려워서 정부의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것일까. 정부의 추진안대로 의대정원이 늘어났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단 정원 자체가 늘어나게 되면 의사라는 직업의 희소성이 지금보다 대폭 낮아지게 된다. 또 보다 실력있는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면허 국가고시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족보'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으니 선배에 대한 의존도 역시 낮아지게 된다.


의대과정 또는 수련과정에서 의사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중도에 이탈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그러다보면 선배 의사와 교수, 병원장이 부당한 지시를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지금과 달리, 거부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나에게 교수·진료과장·병원장이 보장되지 않는데 무조건 윗선의 이익에 맞춰 행동할 필요도 없다. 즉, 의사 세계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직업의 희소성과 단합력을 무기로 "정부는 절대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의사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의 의대증원 그 자체보다도 희소성과 단합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다양성'이 의사세계 내부에 생기는 것이다. 의사 생태계 최정점에 있는 일부 특권층을 위해 의사들이 계속해서 다양성을 포기해야 하는가.


물론 수술실에서는 다양성보다 정확한 과학적·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실 밖에서도 다양성이 없다면 의사들의 생태계는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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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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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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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4.05.07  01:00
    쓰레기들! 
    이제 앞으로는 '선생님' 호징도 붙이지 말고 '양반'도 떼자! 
    색기.놈을 붙어 불러도 충분하다. 
    개줫도 아닌 그냥 돈만 밝히는 개족속인걸 제놈들 스스로 밝혔다. 
    개로 대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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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석 2024.05.07  12:57
    데일리안의 팬으로서 이런 한심한 기사를 보고 한마디 할 수 밖에 없네요..
    작금의 사태를 단지 희소성을 지키기 위한 의사들의 이기심때문인 것으로 한정지은 대단히 지엽적이고 편향적이며 수준 낮은 기사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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