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협력·미중경쟁 관리…윤정부, 호주서 '체급' 불렸다
입력 2024.05.02 11:35
수정 2024.05.02 11:39
한-호주, 역내 손꼽히는 중견국
한목소리로 '질서있는 미중경쟁' 촉구
중국 겨냥한 메시지도 아끼지 않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모색해 온 윤석열 정부가 호주를 무대로 역할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호주 양자 이슈를 넘어 오커스(AUKUS), 미중 전략경쟁 등 역내·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여 메시지를 발신하며 '불어난 체급'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일(현지시각) 호주에서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오커스 간 협력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협력체로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1' △인공지능·양자컴퓨팅·사이버안보·해저 기술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기술을 공동개발 하는 '필러2'로 나뉜다. 필러2에는 한국 외에도 일본·뉴질랜드 등의 합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 장관은 "오커스 회원국들이 한국을 오커스 필러2 파트너로 고려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능력이 오커스 필러2의 발전과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2 회담'에서 "오커스 필러2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오커스(필러2)는 안보동맹이 아닌 기술 공유 협정"이라며 한-오커스 협력이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말스 장관은 "한국은 분명히 매우 인상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고, 가치를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로 우리는 이미 기술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오커스 필러2의 발전에 향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본과 관련해서도 그런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2+2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오커스 파트너십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안보와 안정을 지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한국은 오커스 국가들이 오커스 필러2의 선진 역량 프로젝트에 추가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음을 환영"했다.
공동성명에는 오는 6월 개최되는 '서던 자커루' 훈련에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훈련은 미국·호주·일본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이다.
앞서 우리 군은 '피치블랙' '탈리스만 세이버' 등 호주 주도 다국적 훈련에 참여한 바 있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양국 장관들은 "인태(인도·태평양) 지역 내 유사입장국들과의 국방협력 중요성을 확인"하며 "양자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의 국가들과 다자 훈련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사상 처음으로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다. 역내 손꼽히는 '중견국'인 한국과 호주가 한목소리로 '질서 있는 경쟁'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 장관들은 "최근 미중 간 대화를 환영"하며 "역내 발생 가능한 오해·오판·긴장 고조 및 충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방된 소통 채널, 투명성 및 실질적인 조치를 증진할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호주 장관들은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평화·안보·안정·항행·상공 비행 자유 유지의 중요성 △국제법, 특히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 중요성 등이 담겼다.
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1년 9월 개최된 제5차 한-호주 2+2 회담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 및 국제법 관련 문구는 포함돼 있지만,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