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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사라진 재건축시장…공사비 문제 해소할 법안은 ‘깜깜무소식’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4.26 08:21
수정 2024.04.26 08:22

강남권도 번번이 유찰, 수의계약 사업장 늘어

공사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건설사 소극적 행보

관련 법안 줄줄이 국회서 잠들어, 폐기수순 밟을 듯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고금리에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수익성을 꾀하기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다.


치솟은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도 시공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법안은 국회에서 여전히 표류 중이다.


2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현재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올 2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되면서 결국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시공사 선정을 위해 네 차례나 입찰공고를 내고 공사비까지 올렸으나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DL이앤씨와 수의계약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서초구 일원 신반포12차와 신반포27차 역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으나 경쟁입찰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결국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반포12차는 롯데건설, 신반포27차는 SK에코플랜트가 관심을 둔 만큼 이들 건설사와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올해 들어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 정비사업 단지들 가운데 여러 건설사가 참여해 경쟁입찰 구도가 성립된 단지는 사실상 전무하다.


고금리, 고물가에 자잿값·인건비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적정 공사비 책정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그로 인한 비용 출혈이 적지 않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공사비 급등 문제가 정비사업 수주의 최대 이슈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깜깜이 공사비 증액을 막기 위해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재건축 패스스트랙과 함께 공사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보다 앞서 국회에는 국토교통부 고시로 규정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결과 공개’ 의무를 법에 직접 명시하거나, 공사비 증액 기준을 공사도급계약 체결 시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공사중단 및 입주 지연 시 분쟁조정위를 통해 조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공사비 급등 문제가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불거지면서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가 남았지만, 여야 정쟁이 계속되면서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든 채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수주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당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에 나서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합들은 경쟁입찰 대비 계약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의계약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공사비 관련 갈등이 지속되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비용만 발생하는 사업장이 허다하다”며 “경기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기조가 강해졌고, 공사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되도록 경쟁을 피하자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공사비 갈등을 중재하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강제성 있는 제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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