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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한 욕심의 결말 '포 세일' [D:쇼트 시네마(7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4.25 10:58
수정 2024.04.25 10:58

이용섭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유흥 사업의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도망자 신세가 된 홍석(김승일 분)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추운 겨울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자전거, 신발 등 쓰레기들 사이에 우뚝 선 자판기를 발견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까지 따뜻하게'라는 자판기의 광고 문구를 보고 자판기를 뒤지다가 우연히 500원짜리 동전 발견한다. 홍석은 몸을 녹일 겸 300원짜리 크림 커피를 뽑아 마시다 잔돈이 200원이 아닌 500원 짜리 두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아본다. 거스름 돈은 이번에도 200원이 아닌, 500원 짜리 동전 두 개가 나온다. 호기심은 욕망이 되고 홍석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자판기에 털어 넣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판기가 갑자기 멈췄고, 홍석은 아쉽고 초조한 마음에 자판기 내부를 열어 다시 자판기를 작동시키려 한다. 그 때 자판기 안에서 정체 모를 손이 홍석의 몸을 잡아 끌어 당긴다. 홍석은 신 발 한 짝만 그곳에 남긴 채 사라졌고, 홍석이 완벽히 자판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자판기는 다시 작동된다.


이용섭 감독의 '포 세일'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향해 달려간다. 어두운 밤 거리, 긴장감을 유발하는 조명의 대비, 김승일의 일그러진 욕망을 표현한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와 톤을 결정한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유혹 속에서 살아간다. '포 세일'은 자판기 거스름 돈 단 돈 1000원으로 욕망에게 사람이 어떻게 잠식되는지 보여주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욕심이 상징하는 바를 명확하게 그려냈다. 남자의 욕심이 불러온 끔찍한 결말을 의미하는 마지막 그림까지 한 컷도 허투루 쓰지 않는 이용섭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12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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