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는 전동화가 늦다?…“탄소중립, 전기차만 답이 아니다”
입력 2024.04.15 00:00
수정 2024.04.15 00:00
토요타 전동화 아카데미서 전동화 전략에 대해 발표
이산화탄소 배출량 2019년比 2035년 50% 저감 목표
나라별 다른 에너지원 따라 다양한 모델 제공 계획
“(토요타의 경우)전기차가 늦었다고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는 건 아닙니다. 탄소중립이 목표이기 때문에 전기차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은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토요타 전동화 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토요타는 전동화에 늦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토요타는 궁극적인 목표가 ‘전기차’가 아니라 ‘탄소중립’인 만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이 부사장은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파워트레인이 필요한가’, ‘어떤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가’를 생각하고 있다”며 “저희는 이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토요타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도약하기 위해 전 세계 판매하는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에 33%, 2035년에는 50% 저감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는 전기차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중 하나이긴 하지만, 전기차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기차 외에도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전 세계 구역을 보면 유럽 같은 경우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가 굉장히 많아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면서 “반면에 우리나라, 일본, 인도 등은 화석연료를 통해 전기를 만들기에 전기차는 어차피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량의 총 수명(LCA, 연료생산, 배터리 제조, 주행 등 포함)을 고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사한 수준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제시했다.
중형차 10년 사용 기준 하이브리드차의 생애 주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5t CO2-eq로, 전기차(22.8~24.2t CO2-eq)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24.5t CO2-eq로 전기차와 유사한 수준이다. 내연기관(34.3t CO2-eq)과 비교하면 세 차종 모두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
그는 “전주기 10년 동안 발생하는 C02 발생량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로 거의 70%로 전기를 만드는 상황에서 당사는 (이를 고려해) 나라별로 에너지원에 따른 파워트레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라는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했다. ‘멀티 패스웨이’는 에너지 수급의 미래 상황과 전 세계의 지역별 상황에 맞는 다양한 모델들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유럽처럼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높은 나라는 전기차,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나라는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부사장은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 보완재로서의 하이브리드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에서 전기차의 판매가 예상보다 밑돌았다고 했다. 전기차의 판매 비율이 15%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로는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 9%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충전 속도 등 문제로 성장세가 주춤해서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의 판매는 전년 대비 42.5%의 증가율을 보이며 같은 기간 전기차(전년 대비 –1.1% 감소)와 격차를 벌렸다.
그는 “약 10년 동안 파워트레인별 추이를 보면 가솔린이 꾸준하게 40~50% 판매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는 점점 올라와 이제는 거의 우리나라의 신차 판매 중 한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에 따라 신흥국 포함 다양한 국가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를 강화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선택지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물론 순수 전기차 개발에 손을 놓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순수 전기차도 중요한 선택지로서 매년 단계적으로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까지 새로운 모델 10종 투입과 연간 15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특히, 전동화를 위해 토요타의 핵심 경쟁력인 모노즈쿠리(일본의 장인정신)도 변화시킬 방침이다. 토요타만의 강점인 토요타 생산방식은 고수하면서도 작업 공정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차체를 3분할하는 새로운 모듈 구조와 기가캐스트 등의 혁신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전기차의 경우 단거리고 반복적으로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장소에서는 소형전기차가 굉장히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장거리로는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