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복면가왕 연기는 제작상의 문제…회사는 정확히 해명하라"
입력 2024.04.08 08:46
수정 2024.04.08 10:10
MBC 노동조합(제3노조), 7일 성명 발표
MBC의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 연기를 놓고 정치권에 불이 붙었다. 한겨레는 MBC 측의 설명을 듣고 단독으로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은하철도 999’의 주제곡 등 숫자 9가 강조된 연출이 조국혁신당의 기호 9번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라고 전하면서 이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에 따른 ‘위축효과’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조국혁신당 측은 “그러면 KBS 9시 뉴스도 그만둬야 한다”면서 정부의 언론탄압을 강조하고, ‘9틀막’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1주년, 2주년 이런 것도 안 된다”고 비판의 소재로 들고 나왔다.
사달은 MBC가 자초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9주년 특집으로 제작됐지만, 사실상 그대로 방송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문제점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 9가 화면을 도배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은하철도 999’ 뿐이 아니다. 9주년이라는 사실은 한없이 반복됐고, 출연가수들은 숫자 9와 한가지라도 연관성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가면에는 빠짐없이 ‘구’나 ‘9’가 포함됐고, 어떤 출연자는 9번 가슴표를 달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제목에 9자가 들어간 노래들이 이어졌고, ‘승승장9’처럼 9자와 상관없는 한글 ‘구’자도 마구잡이로 9자로 대체됐다. 심지어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인 ‘9한다’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자막도 포함됐다고 한다.
제작진은 오랜 시간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숫자 9와의 연관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엉뚱한 시도도 곁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존재를 논외로 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치다는 내부 평가가 나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차마 그대로 방송할 수 없었던 듯하다.
날씨 예보에 ‘파란색 1’을 내보내 문제를 일으키고, 망언 논란이 된 민주당 후보 어깨에 국민의힘 로고를 붙여 항의를 받아도 유감표명 한번 안 한 MBC가 정부여당의 탄압이 무서워서 다 준비한 프로그램을 하루 전에 취소했다고 믿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하물며 기호 9번을 단 정당이 포함된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그대로 방송이 나갔다면 참사였을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작정 ‘조국혁신당의 기호가 연상돼 방송이 연기됐다’는 식의 회사의 무책임한 대응이 선거 국면을 뒤흔들고 있다. 회사의 정상적인 프로그램 심의와 방송 결정 과정에 대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언론탄압의 프레임을 들이댔다. 프로그램을 보고는 절대 그런 말 못할 것이다.
회사는 우선 객관적인 사실을 신속하고 자세히 알리기 바란다. 또한 당장 그대로 방송할 수 없다면 관련 정당 관계자들에게라도 영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시급히 해야 할 것이다.
2024.4.7.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