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탁, 음식으로 기후행동 파헤치기 [김대일의 ‘기후행동의 시대’⑩]
입력 2024.03.30 14:26
수정 2024.03.30 14:26
탄소중립과 기후행동이 꼭 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줄이기로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비건’(Vegen), 채식이다. 최근 환경적 관점에서도 비건 인구 역시 증가하며 비건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로 눈에 띄게 떠올랐다. 사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으로도 기후행동을 행할 수 있고, 어쩌면 제로웨이스트, 다회용기 챌린지보다 더욱 쉬울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육식 위주의 식사에서 채식으로의 식문화 전환을 통해서도 충분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26%는 식품 생산에서 발생하고 있고, 식품의 가스 배출량 중 58%는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데에 발생한다고 한다. 축산업은 우리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산업이지만,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 등 축산업에 의해 생산된 온실가스도 기후 변화를 가속화 시킨다.
실제 인류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1/4 이상이 육류 소비에서 나오는데, 축산업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14.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비행기, 기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에 의한 배출량을 합친 양과 비슷하다. 그리고 하루 2000칼로리의 고육류 식단이 같은 양의 비건식보다 2.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육류 소비를 위한 가축의 사육이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여러 식품 기업에서 비건 식품을 출시하고,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 요식업계에서도 비건을 테마로 한 매장들이 오픈하고 있다. 친환경, 동물복지 등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지금,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의 식품업계들은 채식 위주의 비건 푸드나 대체육 등 대안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식업계에서도 달걀, 버터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육과 같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개발한 메뉴를 내걸며, 헬시 플레이트(Healthy Plate)를 테마로 잡은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가 하면, ‘비건 미트파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성 디저트를 개발하고 카테고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건강, 윤리적 이유, 환경보호, 다이어트, 체질 등 개인이 비거니즘(Veganism)을 지향하며 채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개인의 식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 중 비건이라는 키워드에, 개인이 실천하고자 하는 바의 구체성과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비건이라는 거창한 키워드 와 과장된 표현이 가미된 계획과 선언이 들어갈 수 있어 맹목적으로 기업의 상술에 따라가는 비건 라이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각자 책임져야 할 만큼의 온실가스만큼 배출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왜’ 스스로가 비건을 통해 기후행동을 실천하는지, 스스로에게 어떤 점이 좋은지를 확실히 알고 정해야 지속 가능한 식탁 위 기후행동을 행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채식으로 육류 소비를 줄인다고 모든 채식과 비건 식단이 친환경적이거나 탄소중립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육류뿐 아니라 채소 역시 개인이 식탁 위에서 소비하기 전 유통되고 생산되는 과정에서도 탄소발자국은 남는다. 그러므로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유통과정 및 거리를 단축하는 것 역시 음식을 통해 기후행동을 행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다양한 비건 레시피를 활용하여 직접 요리를 하는 것 역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개인이 채식, 비건 등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동기와 이유가 다양한 만큼, 식탁 위 음식으로 행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후행동은 이보다 더욱 다양할 것이고, 지구를 위한 식탁과 기후행동 푸드 콘텐츠는 더욱 많은 파생을 일으킬 것이다.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xopowo100@naver.com